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을 알고, 옆에서 '굉장히 심각한 책을 읽으시네요' 그런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요즘 우리나라에서 교육만큼 심각한게 있느냐'고, '특히 선진국의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니, 마음에 얼마나 갈등이 많아지며 심각해지겠느냐'고. 맞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투사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은 '독일교육 이야기' 를 통해서다. 대한민국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교육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 학부모중 하나로, 인터넷을 통해 교육에 관한 내용을 접하던중 이 '독일교육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거기에서 정보를 얻는데 만족하다가, 블로그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독일교육 이야기' 운영자 '무터킨더'의 두번째 책으로, 나는 저자로부터 책을 선물받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에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정성껏 정독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서 자신의 대학교육까지 거쳤고, 두 아들을 독일에서 교육 시키는 입장으로서, 우리나라의 교육과 독일의 교육을 가장 현실성있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섣불리 어느쪽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현재 아들들이 받고 있는 독일교육의 현 주소를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읽는 내내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모두 동감할 것이다.
독일교육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부분들을 몇 가지 생각해 본다.
독일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아비투어의 내신 필수 과목은 독일어, 수학, 체육이다. 그외 다른 과목들은 분야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체육이다. 독일의 체육교육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초등학교에서 자전거와 수영을 거의 모든 아이들이 마스터 하게된다. 그리하여 독일 국민들 대부분은 자전거와 수영, 그리고 학교에서 필수과목인 체육으로 단단히 익힌 운동들을 통하여 평생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상에 앉아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체육은 약하고,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파고드는 공부는 약하게 마련이다. 물론 둘 다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현재 수능시험의 경우, 책상에 앉아 책만 파고드는 아이들에게만 전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고, 재능의 분야가 다른데, 유독 책만 파고드는 재능의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유리하게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건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독일의 국어공부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문법과 맞춤법이 중요시 되지만 6학년만 되면 시험에서 문법은 사라지고 오직 작문 실력이 평가기준으로 남는다. 독일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이 독일어이다. 충분한 독서량과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생각이 동시에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여러 과제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이해하고 외워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발표를 하고 반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고 토론을 하는 과정을 통해 평가되는 독일의 철학수업.
나는 이러한 독일 아이들의 교육 이야기를 보면서 독일의 아이들은 훨씬 더 깊이 공부하고 누구보다도 더 정직하게 평가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과외비를 들여 단시간에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헛점이 허용되는 평가는 훨씬 정직하지 못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독일교육의 부러운 점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공부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학생의 신분일 동안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온통 공부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은 꿈에서도 공부에 시달리고, 삶의 존재 이유마저도 공부가 아니던가.
십대. 가장 감수성이 풍부하고, 모든 삶의 조각들을 맛보고 경험해보고 그리하여 참된 가치관을 형성해야하는 참으로 중요한 시기인데, 그 풍부한 감성과 호기심과 뜨거운 열정을 모두 공부라는 괴물앞에 굴복시켜야 한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진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온통 공부에 쏟아 부은 경우와 독일 아이들이 즐기면서 여유있게 공부한 결과를 놓고 볼때 우리가 그렇게 아이들의 모든 행복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대답은 '아니다' 일 것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까지 사교육없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따라갔고 거기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은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수능체제로 돌입하니 좌절할 수밖에 없다면,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이 수학 과외를 두 세개씩 받고 영어는 물론 국어까지 과외를 받고 있다면... 이러한 교육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런 부모가 어찌 이런 독일교육 이야기 앞에서 투사가 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나라의 교육제도 아래서 마음 편히 아이를 맡겨 놓아도 염려하지 않을 그런 현실은 언제 올 수 있을까. 우리 아이의 미래를 전적으로 나의 정보와 노력과 경제력에 달려있다는 그 고독함이란 참으로 처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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