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습관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이 전문적인 직업인의 몫만이 아닌 때가 요즘처럼 활발한 시절은 없을것이다.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 주변의 사건과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기기를 즐겨한다. 나는 대학시절 꾸준히 쓴 일기와 아이들이 갓 태어났을 때 잠깐 쓴 육아일기 이후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은 없었다. 최근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통하여, 혹은 마음에 떠오르는 어떤 깨달음을 통하여 소박하나마 한편의 글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일이 내겐 정말 행운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전문 직업인으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꾸준히 뭔가를 끄적이면서 완성되기도 하고, 혹은 버려지기도 하는 반복 속에서 내게도 글 쓰는 일에 어떤 습관 같은게 있다는 걸 알았다.
길을 걷다가, 설겆이를 하다가, 잠자리에 누웠을 때에라도 갑자기 글의 소재가 생각이 나면 잠깐 메모를 해두기도하고 아주 귀찮을 때는 생각나겠거니 하면서 그냥두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소재라는 생각에 바쁜중에라도 블로그에 들어가 잠시 떠오르는 생각들을 몇줄 남기고 나온 글들은 임시저장함에 들어간 후 전혀 진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 덩어리가 잠시 머리카락만 내밀었을때 그 몸뚱이가 끌려 나올 수 있도록 끌어당기는 펌프질을 힘겹지만 계속하여야 하는데 그 머리카락만 잠시 잘라다 놓고 다음에 계속하려니 그 몸뚱이는 저 바다밑에 가라앉아 도저히 끌어올릴 수 없게 되어버린다. 지금도 내 임시저장함에는 각각 다른 몇가닥의 생각의 머리카락들이 몇 주째 쓸쓸히 담겨져 있다. 아마 적당한 때가 되면 청소를 해야되지 싶다.
반면 시간의 여유가 있어 잠시 떠오른 소박한 생각의 꼬투리를 붙들고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였을 때 아주 작은 꼬투리로 인하여 생각과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합동작업을 함으로써 아주 짧은 시간에 한편의 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덜 다듬어진 글이니 더 부끄럽기도 하지만, 자꾸만 고치고 다듬는 작업은 왠지 진실을 가리는 작업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일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글로 쓰여지는 동안 왜곡되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숭고한 노동이다. 반면 우리의 생각이 미성숙한 생각이라면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하여 생각을 고쳐나가는 일도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글은 삶보다 더 고상해져서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 나는 글에 나타난 나의 자화상과 실제 삶에 나타난 나의 모습의 괴리로 힘들어지기도 한다. 매일의 삶의 반성으로 글이 만들어지고 생활속에서 글에 나타난 자화상을 기억함으로 자신을 제어해나갈 수 있다면 그 괴리들을 메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이러나 저러나 늘 내 속내를 드러내는 이 글들이 보잘것 없어 늘 부끄럽지만 점점 더 나아지는 글과 그에 걸맞는 생활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