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별 일 없나?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영어인사에서 이 두 문장이 붙어나오지 않으면 대화가 어색하다.
우리나라 인사에서
"별일 없나?"라고 묻는 건 별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가 아니고, 그냥 '안녕'일 것이다. 그러면 '응. 너는?'하면 그만일 것이다. 사고방식이 동서양이 많이 다르다는데, 이런 걸보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영어공부를 워낙 많이하다보니 사고가 영어화 된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내겐 '별일 없나?' 라는 친구들 인사에
"아니, 별 일 있다.내 딴데로 발령났다" 라고 꼬박꼬박 얘기한다. 왜냐하면 좀 무심해도 이해해 주기를 바라서일 것이다. 오늘 이렇게 블로그에 자정을 넘기면서 굳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새해 1월 1일자로 정말로 바쁜 부서로 옮겼다. 하루에 한번 내 블로그에 들어갈 수도 없을 지경이다. 대충 업무 인수인계한 후 오늘 정식으로 새로 옮긴 부서에 첫 출근하였는데, 퇴근시간이 10시가 다 되어서 였다.
행안부에서 정식 공문도 내려오지 않은 채 우편으로 업무지시가 떨어졌고, 오늘중으로 계획서를 제출하고 퇴근해야하는 급박한 상황. 어제 장관이 언론에 언급한 사실 때문에 갑자기 당초 계획보다 보름이나 앞당겨 업무를 해야하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발령날 당시에는 영전되어 간다고 다들 축하한다고 난리였는데, 내가 정말로 우려하던 일이 잠시 망설일 시간도 없이 바로 닥쳐와 버렸다.
오늘 10시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오늘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인 설겆이 ○○가 다했다'라며 큰딸 칭찬을 한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새해 가족들에게 더 잘하리라고 결심한 소망의 배는 거센 풍랑으로 초반부터 몹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