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할아버지가 탐낸 손녀들의 실내화

안동꿈 2010. 1. 23. 17:23

 난방비를 절약하느라 거실에 불을 안넣었더니, 추위를 견디기 위해 아이들이 산 거실용 실내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도 텔레비젼도 모두 거실에 있으니, 거실 전기장판 위에 모여서 종일 지낸다. 숙제도 공부도 앉은뱅이 상에서 하고 자기들 방에서는 잠만 잔다.

 

어느날 집에 오신 아버님이 손녀들 실내화를 보시더니 당신도 가지고 싶다고 하셨다. 일흔여섯의 아버님은 은퇴후 인터넷 카페지기로 컴퓨터도 곧잘 하신다. 얼마전 이사가신 아파트에 아버님 방에 딸린 베란다를 꾸며서 컴퓨터실을 만드셨다. 그런데 겨울이 되니 불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발이 몹시 시려서 아이들이 신는 실내화가 생각이 나신 모양이다.  

 

큰 딸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기들 것과 비슷한 실내화를 주문한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생각해서 어른스러운 색상과 디자인을 고른 모양인데, 눈치를 보아하니 할아버지는 손녀들 것처럼 알록달록 귀여운 실내화가 더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요즘 손녀가 선물해준 실내화를 즐겨 신고 계신다. 

 

아무튼 요즘 할아버지는 손녀들과 전혀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고, 척척 잘 맞는 것 보면 신기하다. 한가해 지시니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 눈 높이를 맞추시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