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고딩되는 큰 딸의 겨울방학 하루일과

안동꿈 2010. 1. 27. 09:01

고등학교 배정을 앞두고 이제 놀 날도 얼마 안남아 하루하루 줄어드는 방학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우리집 큰 딸.

 

아침에 두 딸이 종일 먹을 걸 챙겨놓고 출근하면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 먹고, 점심까지는 군소리없이 먹는데, 저녁 퇴근 무렵이 되면 '엄마 언제와? 저녁 메뉴 뭐야?' 하면서 재촉한다. 요즘 직장일이 몹시 바쁜관계로 아이들이 저녁은 아빠와 대충 챙겨먹기도하고, 외식할 때도 있다.

 

큰 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빈둥빈둥 게으름 피우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로 짜여진 계획하에 진행하는걸 보면 신기하다. 머리는 이틀에 한번 아침에 감고, 샤워는 3일에 한번 저녁 9시쯤(이렇게 해야  알맞게 마른 상태에서 자기때문에 아침에 예쁘다나)에 하고, 대변은 하루에 한번 9시 반쯤에 보고(요건 신호가 와야하니까 시간이 정확하진 않은 것 같음), 세수는 9시에 쌀뜨물 받아놓은 걸로 하고, 양치질은 11시에, 줄넘기는 하루 2시간동안 2000번을 한단다.(무심한 엄마가 되서 정확한 시간은 아닐지 모르나 언제나 규칙적이라는건 사실이다)

 

가끔 늦게 퇴근하는 엄마가 안쓰러운지 설겆이를 해놓을 때가 자주 있다. 아마 이것도 방학이 끝나면 보기 힘든 일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참, 낮잠도 꼭 챙겨서 잔다.

  

딸이 유일하게 집 밖에 나가는 날은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수학수업 듣는 날이다. 그리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게임과 텔레비젼 시청등의 사이를 영어 인터넷 두 강의와 EBS 무료 고1 예비과정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열심히 연습장에 기록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일 주일에 자기가 챙겨서 보는 드라마 한 두개 목록이 있어 그것도 규칙적으로 하고, 게임도 하루중 빼먹지 않고 챙겨서 하는 것중의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게임과 드라마 같은 걸 내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으니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 엄마, 나는 아빠 엄마가 자고 있을 때 제일 집중이 잘돼" 하면서 저녁에 우리가 잠자리에 누웠을 때에 인터넷 강의 선생님의 낭랑한 강의 소리를 어김없이 들으며 자야한다. 시험기간도 아닌데, 밤 1시까지 그걸 듣고 있는걸 보면 낮에 어지간히 빈둥거리는 모양이다.

 

어쨌든 큰 딸이 빈둥거릴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고딩이 되면, 놀아도 편치않을 그 마음을 나는 이십년도 더 전에 느껴서 가물가물 하지만 요즘은 그 강도가 더할 듯하니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마음편히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