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팥죽이 먹고파서
안동꿈
2010. 1. 31. 23:55
나는 팥죽을 무척 좋아한다. 구약성경에 쌍둥이 형 에서가 팥죽 한그릇으로 동생 야곱에게 장자권을 내어준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리석은 에서로구나'라고 생각하기 보다 그 팥죽 정말 맛있었겠다.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오늘 팥죽을 만들어 보았다. 지난 동지에 먹지 못한 안타까운 팥죽 이야기가 있다.
동짓날 오후에 큰 딸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 엄마 팥죽이 안 달아서 그런데, 설탕 좀 넣어도 돼?" 하길래
어제 어머님이 단팥죽 재료를 주시길래 그걸로 단팥죽 만들어 놓은걸 갖고 하는 얘긴줄 알고 단팥죽은 원래 달게 먹으니 그렇게 하라고 얘기했었다(나는 팥죽은 좋아해도 단팥죽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못먹을 정도다)
동짓날 저녁은 저물어 가고 팥죽 한 그릇 못 먹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가스렌지 위에 못보던 팥죽이 한 냄비 있었다. 웬거냐고 했더니, 누가 동지라고 가져다 준거란다.
" 우후~"
이렇게 기쁠 수가.
얼른 한 숫가락 떠 먹었는데,
" 아. 이거 뭐야"
먹을 수도 뱉을 수도 없었다.
달달한 팥죽. 내 어릴 적부터 먹은 팥죽의 간은 소금으로 하였지 설탕은 전혀 넣지 않는다. 우리의 신체중에 입맛처럼 보수적인 기관도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딸내미가 망쳐놓은 그 달달한 팥죽을 하나도 못먹고 그 팥죽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에 사무쳐 팥죽 재료를 사다 놓았었다.
오늘 드디어 팥죽 소원풀이를 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