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자신이 소망하는 삶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동꿈 2010. 3. 14. 14:01

봄이 오는 길목엔 작은 즐거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잠깐 서서 부서지는 햇볕을 볼 수 있는 여유와, 

이웃집 담장너머 수줍은 목련 봉우리를 올려다 볼 여유만 있다면,

어릴적 소풍때 보물찾기처럼 누구나 쉽게 그 즐거움을 만나도록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아침에 행주와 걸레들을 모아서 깨끗이 빨아 햇볕 가득한 베란다에 널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작은 주전자에 물을 데우면서,

햇볕 따사로운 식탁에 앉아 가족들을 위해 봄나물을 다듬을 때,  

작은 자갈돌이 내 마음의 호수에 던저져 즐거운 울림을 주듯

즐거움이 나를 잔잔히 흔드는 것을 느낀다.

내가 이런 행복들을 얼마나 갈망하여 왔던가를 생각해본다.

 

그런데 내가 이런 작은 행복들에 그토록 목말라하면서도

매일의 그 치열한 출근길

기한에 쫓기는 산적한 일들

그 일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서는 아이들의 장래 문제들. 그 속에서만이 나의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만다.

 

나는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덜 부요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은 선택의 갈등없이 큰 강물의 줄기 한가운데에서 그저 떠밀려 여기까지 왔고, 오늘처럼 가끔씩 누리는 잔잔한 즐거움과 행복이 참으로 내가 소망하는 것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내 생활의 어떤 것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큰 베틀의 씨실과 날실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를 본다. 

 

누군들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다 누리고 살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걸 막연히 소망하는 건지도 모른다. 가끔씩 누리는 이같은 즐거움은 우리가 치열하고 삭막한 씨실과 날실의 한가운데서 소진되어 버리지 않게하는 비타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가 뛰어들 삶이 아닌 내 삶에 필요한 어떤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