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글쓰기의 허허로움
안동꿈
2010. 5. 13. 23:05
'글을 쓰는 일' 참 생산적이지 못한 일 같다.
어떤 현상에 대해 생각하고, 더 나아지기를 결심하고, 그리고 행동하는 것
거기에 굳이 글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생각들을 글로 옮겨놓고선
마치 뭔가를 행한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상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글을 쓰는 일' 참 진실하지 못한 일 같다.
행위에 비해 참 많이 자유로운 우리의 생각들은 그간 살아오면서 습득한 수많은 지식들을 동원해 끝없는 성자의 길로 달음질 한다.
글로 옮겨진 그 생각들은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런 것인양 착각하게 만들고 만다.
우리의 생각으로만 해산한 고상한 글들은 매일의 삶에서 늘 내 발목을 잡는다.
'글을 쓰는 일' 참 허허로운 일 같다.
우리의 마음이 지쳐있을 땐 단 한 줄도 쓸 수 없다.
오직 영혼에 의지하여 결코 홀로설 수 없는 글쓰기 참 재미없는 작업 같다.
영혼이 갈할때 도움을 주지못하고 늘 영혼에 붙어서 갉아 먹기만 한다.
갈한 영혼엔 가벼운 저녁산책이면 충분한데
지친 영혼엔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 한 조각이면 충분한데
마음껏 불러보는 찬송 한소절이면 충분한데
메말라진 웅덩이에 다시금 물이 고여드는데
어느새 나로 돌아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