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5월은 잔인한 달

안동꿈 2009. 6. 16. 11:13

  5월은 나에겐 무척 잔인한 달이었다. 왜? 장미 때문이다.

  빨간 장미들이 곳곳에서 몽우리를 터트릴 때면 내 심장에서는 이름짓지 못한 감동이 비누방울처럼 뭉실뭉실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그 부풀어 오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5월은 나에게 잔인한 달이 되고 만다. 내 속에서 장미를 볼때마다 영글어진 감정은 자꾸만 커가는데 그걸 해산할 시어는 너무나 약해 결국 해산하지 못한 채 자꾸 고통만 더해간다.

 

  유럽풍의 나지막한 하얀 담장위로 풍성한 초록빛 이파리와 가시속에 빨갛게 피어나온 흐드러진 장미들, 큰 도로변 공공 인부의 일손으로 마지못해 심어진, 태생이야 어쨌든 5월 따사로운 햇살아래 붉게 토해낸 여전히 아름다운 장미넝쿨, 한옥 담장밑 작은 공터에 상추, 고추, 깻잎 등 채소들 틈에 고고한 장미 한 그

루 거기에 핀 검붉은 장미 몇송이... 보는 이의 마음이야 어떻든 마구마구 피어버린 붉디붉은 오월, 붉디붉은 정열.

 

  우연히 인터넷 서핑중  "5월은 장미에게 양보하세요"라는 어느 이름없는 시인의 시 한구절에 난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장미가 핀 5월 내내 난 장미에 대한 찬사 하나 꺼내지 못해 너무나 고통스러웠는데, 5월의 끝자락에서 나는 결국 붉은 하혈만 하고 말았는데... 그는 쉽게 해산했을까? 나처럼 고통스러웠을까?   

 

  윤동주님의  '쉽게 씌어진 시'에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했던가? 거기에서 내가 위안을 얻고 싶다면 억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