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하면서 할 수 있는 일
양치질. 참 귀찮은 일이다.
단순한 손놀림을 3분씩 하루에 세번씩 하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나의 저녁 양치질 광경은 좀 우스꽝스럽다. 오른손으로 칫솔질을 부지런히 하면서 왼손은 끊임없이 화장실을 정돈한다. 불안하게 걸린 수건을 정리하고, 지저분한 세면대 씻어내고, 흩어지고 쓰러진 샴푸 종류들 바로세우고, 그러고도 힘이 남아돌면 화장실 바닥에비질까지 해댄다.
점심에 하는 양치질은 조금 점잖은 모습이다. 점심식사후 화장실은 양치질하는 사람들로 몹시 붐빈다. 집에서처럼 왼손으로 뭔가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죽 늘어선 사람들 앞에서 그럴 수 없을 뿐더러 사실 할 것도 없다. 다만 거울 앞에서 저 사람은 제법 오래 하네, 쟤는 너무 세게 문지르는군. 속으로만 생각할 뿐. 혹 단순반복의 그 순간들을 못 견뎌하는 몇몇 사람들이 치약을 가득 머금은채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은 집에서의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을 떠올리게도 된다.
양치질하는 그 단순 반복의 동작 중에는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묘하게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때 가장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데서 착안을 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모양이 닮아있다.
우리집 화장실 선반에는 신문과 책들이 잔뜩 올려져 있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혹 직장에서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맹숭맹숭... 오히려 조바심이 난다. 며칠전 화장실에 앉아 시간 떼울만한 것이 없나 둘러보던중 화장실 문에 '비데 사용 메뉴얼'이 붙어 있는걸 발견했다. 깨알같은 글씨로 명칭에 대한 세세한 기능까지 설명해 논걸 다 읽고 그와 동시에 볼일도 끝났을 때 동시에 두가지를 해낸 그 만족감이라니... 요즘은 급해도 화장실 쫓아갈때 흩어져있는 팜플렛이라도 집어들고 간다. 평소 시간이 많을땐 빈둥거리다가 화장실에 있는 그 잠깐의 시간을 못견뎌 하는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휴일엔 사실 뭔가 시작하지 못하고 푹 늘어져 오전을 그냥 보내 버리기도 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이 몸뚱이도 기계처럼 한번 시동이 걸려야 한번에 두 가지도하고 세가지씩도 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