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시누이와 나눈 시댁이야기

안동꿈 2010. 7. 9. 22:47

결혼하여 인천에 살고 있는 애들 막내고모 부부가 친구 결혼식에 왔다가 우리집에 들렀다. 주일예배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우리부부와 넷이서 편안하게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었다.

 

결혼한지 아직 1년이 안된 막내고모는 우리부부와는 달리 참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쉽게 말하면 아직 부부간에 티격태격 중이라고나 할까. 나는 오히려 남편에게 기분좋을 때면 틱틱 퍽퍽 요란하게 감정 표현을 하고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못마땅할 때는 조용히 숨소리조차 별로 안낸다. 이게 더 무섭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러다가 언제 풀어졌는지도 모르게 풀어져서 평소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전혀 무서워할 식구들은 없다.

 

막내고모의 불만은 한 집에서 층을 나누어 살고있는 시부모님과 늘 불쑥불쑥 나타나는 결혼한 시누들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결혼식에서 처음뵌 막내고모 시부모님들이 막내고모를 친딸처럼 안아주고 애정표현을 하는걸 보면서 그 개방적이면서도 정이 많은 모습에 인상깊었었다. 지금도 더없이 좋은 부모님들이라고 하는데, 친부모님과는 다른 그 '시댁'이라는 것이 부담이고 또한 가끔씩 친정에 불쑥 시누이들이 나타나면 내려가서 시중을 들어야 하는것이 몹시 못마땅한 것 같았다. 그런 날이면 다 끝내고 둘만 있게 되었을 때 온갖 쌓인 감정을 남편에게 다 풀어낸다고 한다.

 

고모부 왈

" 영이는요 꼭 내가 벗고 있을 때 쫓아낸다니까요 "

둘만 남아 편안히 쉴려고 속옷만 입고 있을 때, 꼴보기 싫다고 남편을 쫓아낸다는 것이다. 이 모든 스트레스가 신랑 때문에 생긴 일이고, 또한 만삭인 막내고모의 스트레스 해소법에 순둥이 신랑이 꼼짝없이 당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은 고모부가 더 누나들이 친정에 안 오기를 바라고 공공연히 압력도 넣는다고 한다.

 

내게도 '시댁' 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그것이 마음에 사무친 것이 못되는게 시부모님과 함께 산 것이라고는 아주 오래전에 이사할 집이 덜 마무리된 채 집을 비워야하는 상황에서 몇 달 시댁에 들어가 함께 살았던 게 고작이니까. 그렇지만 시부모님 살아계시고, 일 년에 가족행사 때마다 만나는 네 명의 시누이와 2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왔으니 말이다.

 

" 시댁식구들과 함께 있으면, 그분들이 좋은 분들이냐 아니냐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반응을 하거든요. 이성과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집에서 달팽이 몸이 달팽이 집에서 나와 쫙 퍼져 있듯이 그렇게 편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피부의 털이 긴장하여 서 있는 것이지요. 어쨌든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막내고모는 정말 대단한 거에요"

나는 막내고모 편을 든다고 제법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좀 아이러니 한 것은 나의 시누이 앞에서 '시댁'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마음을 고백했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긴 한건지. 병주고 약주고 한 건지...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시댁과 며느리관계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외국에서는 장모와 사위와의 관계가 몹시 껄끄럽다는 얘기도 들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