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연장에 대한 나의 유별난 습관

안동꿈 2010. 7. 18. 22:49

부모님이 요즘 매주 수요일마다 오셔서 수요예배를 드린후에 다음날 새벽기도를 함께 드리고 돌아가신다. 개척교회하는 아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한 부모님들의 작은 배려인 것 같다.

 

수요예배를 드린후 주무시기 전까지 남는 시간을 부지런하신 아버님은 가만히 계시지 못하고, 집안에 수선할 물건들이 없는지 살피셔서 고치시면서 재미있어 하신다. 부서진 식탁의자 · 우산 수선, 흔들거리는 책꽂이 고정시키기, 하룻밤 주무시는 큰 손녀 방에 옷걸이 마련하기 등. 그런데 수고하시는 아버님은 즐거우신데 시중드는 나는 즐겁지가 못하다. 매일 수선하는 물건들이 달라지니 필요한 연장도 달라지고, 아버님이 필요로 하는 연장이 잘 찾아지지 않아 속상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연장이 잘 찾아지지 않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대부분의 가정에서처럼 남편이 집안의 각종 물건들의 수선을 도맡아 하지 않는 우리집의 특성 때문이리라. 나는 못을 치거나 조그마한 수선이 필요할 때 남편을 찾지않고 내가 나서서 해버린다. 그러니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연장들을 필요한대로 쓰다가 서로 편리한데 두어 버리니 찾을 때 못찾아 애를 쓰는 것이다.

 

연장에 대한 어릴적 기억 한조각이 있다. 내게는 여섯살 많은 오빠가 있고, 한창 혈기왕성하던 사춘기였던 것 같다. 내게 어떤 연장을 찾아오라고 시켰고 나는 쉽게 그것을 못찾았다. 그러면 오빠는 '만약 내가 찾아오면 니는 맞는다'그러면서 화를 내었다. 문제는 오빠는 그것을 꼭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빠한테 자주 맞곤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그때 아마 많이 긴장을 해서 늘 못찾지 않았겠나 싶다. 요즘은 안부전화도 나보다 더 자주 하는 다정한 오빠인데 아마 오빠는 그 일을 기억도 못하리라.

 

요즘 사무실마다 개인 사무용품들 목록이 대동소이 할 것이다. 스테풀러, 제침기, 가위, 칼, 풀, 자, 계산기 등등. 나는 이러한 물품들이 늘 제자리에 있어야지 옆에서 필요하다고 가져가서는 그냥 두어서 내가 필요로 할때 찾아나서고 일어서서 가져오고 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사무용품은 한마디로 어떤 일을 돕는 것인데 그것이 제자리에 없어서 찾는다고 헤매다보면 일의 흐름도 깨어지고 효율도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작은 사무용품 하나로 짜증을 내기도 그렇고 해서 아예 옆에서 내 물건을 가져가면 없어서 그런가보다하고 서무를 통해서 그 물건을 하나 마련해 주고 내 물건을 찾아 놓는다. 그러면 당분간은 나의 물품들은 위협당하지 않게 된다. 

 

나의 이 연장에 대한 집착은 어릴때 오빠한테 맞은 기억 때문인지 모르지만 유독 사무실에서만 나타나고 집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