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옥 강사의 배꼽 빠지는 강의
연간 교육 계획에 따라 월별, 혹은 분기별로 배정된 의무적인 직원 직장교육.
부서별로 오전, 오후 교육대상자 명단에 따라 마지못해 교육에 참석하게 된다. 얼마전에도 큰 기대없이 참석하게된 교육, 그런데 2시간 가까운 교육시간 내내 배꼽 빠지는줄 알았다.
타이트한 정장을 차려 입은 젊고 훤칠한 키의 강사는 자신이 처음 소개한 말처럼 '교육 강사보다는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 가 더 잘 어울릴 외모였다. 그는 입담도 대단하지만 마임 배우처럼 표정 또한 기가 막혀 한층 즐거움을 더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강의 들으러 갔는데, 나중에 듣기로, 내 친구는 그날 하루 중요한 일정을 연기하는 번거로운 댓가를 치르고 기어이 이 강의를 들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즘 잘나가는 강사이다.
그의 강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멈추지 않게 했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재능이고 능력이었지만, 나는 그의 강의를 또 다른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는 그 어려운 어린시절과 성장 과정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그의 모든 불우한 환경들을 한마디 가십거리로 일색해 버린다. 눈물날 상황에서도 웃음을 건져 올린다. 요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저 들리는 대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가 그의 환경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것이 어떤 힘겨운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보다 역설적인 감동을 더한다.
대부분의 경우라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스스로 노력하여 여기까지 이르렀다고 결론내게 되지만, 요즘은 그것으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요즘 엄청난 정보의 홍수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개성있고 위대한 인물들이 많다. 자기 자랑으로 마무리하는 모든 강의는 그 모든 업적을 무색케 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 감동은, 성악을 전공한 그는 외국곡을 딱 한 소절 불렀다. 그것도 정식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 도중 연습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듯 부른 것이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명품이다. '아!' 직원들의 입에서 감탄이 저절로...
어쨌든 신나고 즐거운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