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글의 색깔 - 개성있는 글에 대하여

안동꿈 2010. 9. 26. 21:05

최근 김정운 교수의 '늙어 보이면 지는거다' 라는 글을 읽었다. 굉장히 쾌활한 글이라는 생각을 했고, 우리가 뭔가를 읽을 때 얻고 싶어하는 지적욕구에 대한 충족이 있었다. 그의 글에서 내뿜는 개성과 그가 선호한다는 것 하나에서 글 전개의 논리적 근거를 충분히 찾아내는 그 자신감을 보면서, '글의 색깔' 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조금 나눠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데, 글을 통해서도 그 사람을 많이 알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말로 나온다' 고 했듯이, 글을 통해서 그 사람의 생각과 사상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건 당연할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달라서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지만, 그 자신의 독특한 개성이 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고스란히 표현될 수 있게끔  정확한 표현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그만의 독특한 색깔의 글이 잘 드러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우선 사고가 독특해야 하고,  표현력이 또한 독특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들 동일하게 생각하는 평범한 글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가 없을 것이다.

 

요즘은 '나쁜남자'니, '악녀'니 하면서 자신의 기호나 개성을 전혀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참으로 독특한 시대다. 착하게 조신하게 행동하고 살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내숭이니, 매력이 없느니 하면서 깎아내리기도 한다. 적합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개성있는 글은 마치 이 '나쁜 남자나 악녀'와 같아서 그들을 보고 호감을 가지는 것처럼 독자는 이런 글을 읽을 때 쾌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류의 글 바탕에 또한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 아닐까? 어떠한 반대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든든한 지적인 능력과 배짱 말이다. 다들 그런 글을 쓰고 싶어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재료에 대해서 쓰고자 하는 강한 욕구에 의해 글을 쓰면서도 내가 모르는 어떤 새로운 지식이 있지 않을까, 그 사실이 벌써 거짓으로 판명된지 오랜건 아닐까, 하는 염려에 의해서 '~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소심한 글은 참으로 맥이 빠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들이 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방대한 양의 'input'이 필요한 것이다. 빈약한 창고에서 가치 있는 것이 나올 리 없지 않은가. 어쨌든 많이 쌓아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되어 더욱 새로운 창조물이 나올 수 있으리라. 방금 넣어놓은 걸 꺼내면 그것 밖에 꺼낼 수 없겠지만 말이다.

 

결론에 이르니 결국 나 자신의 부끄러운 글쓰기에 도달하고 말았다. 반성하고 많이 익히고 많이 배우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