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인사에 대해서

안동꿈 2010. 11. 22. 22:25

사무실 옆 직원이 아침마다 녹즙을 받아 먹는다. 그 녹즙 배달 아주머니가 늘 밝게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 나도 즐겁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머니가 시음용이 나왔다며 나에게 자주 녹즙을 챙겨준다. 나에게만 챙겨 주는 걸 보면 아무래도 꼬박꼬박 인사를 건네기 때문인 것 같다.

 

별로 돈이 들지 않는 인사로 인해 좋은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인사에 대해서는 중학교 시절의 일이 떠오른다. 중학교에 올라가니 초등학교와 구별되는 것이 선후배의 구분이었다. 선생님께만 인사하면 되었던 초등학교와 다르게 선배한테도 인사를 해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규칙이나 규정은 맹할 정도로 맹신을 하는 편이다. 선배한테 인사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만나는 선배들마다 인사를 하였다. 고개를 정중히 숙이고 목소리도 정겹게 '안녕하십니까?'하였다. 그랬더니 만나는 선배들마다 한마디씩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쟤가 1학년 6반 반장이라며...' 멀리서 수근수근 주고받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돌아보면 마치 생각없는 범생이 같은 이미지다. 참 매력없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재보고 하면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때에 인사가 줄어들었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직장생활 중에 너무 꼬박꼬박 인사하는 것에 공을 들이다 보면 윗사람 눈에는 뜨일지 모르나 동료들에게 미운털이 박히는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윗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신경 쓰는 것이 왠지 다른 의도를 숨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지가 않아졌다.

 

지난 명절에 있었던 일이다. 평소 대충 지내다가도 명절이 되면 연휴 들어가기 전에 서로 요란스럽게 인사들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연휴 쉬고 돌아와서 또 무슨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양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다. 생각해 보면 별 의미없는 형식적인 인사인 듯도 하다. 명절 지난 첫날 평소보다는 조금 천천히 출근을 하였더니 몇몇 직원들이 앉아 있고, 과장님도 자리에 계신다. 그러나 내 자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과장님께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지는 않고 그냥 내 자리에 앉았다. 그랬더니 업무가 시작되고 십여분이 지난 후 과장님이 일부러 나와 내 뒤의 한 살 많은 여직원에게 인사를 건네러 왔다. 우리는 황송하여 얼른 일어나 '명절 잘 쇠셨습니까?' 부랴부랴 인사를 건넸다. 과장님이 가신 후 그 여직원이 '우리 둘만 찾아가서 인사를 안드렸나 보네. 야, 우리는 출세하기는 글렀다.'그런다.

 

돈 안드는 인사. 예전에는 잘 했는데 생각이 많아지니 그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인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듯이 습관으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