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에 대해 범하는 오류
지난 일 년 동안 바쁘기도 하였지만 습관처럼 아껴두었던 연가를 다 찾아먹지 못하여 아이들 기말고사에 맞춰서 하루 신청하였다. 시험기간은 아이들이 오히려 엄마 얼굴 볼 시간이 더 없지만, 일찍 집에 돌아오면 점심이라도 따뜻하게 챙겨주고 싶어서다.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엄마 오늘 집에 있다. 맛있는거 해 놓을께' 해놓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앞에서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사무실에서 기한이 촉박한 업무때 보다 더하다.
출근할땐 평일에 하루 쉬면 황소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인데, 늘 그랬듯이 하루 집에 있어봐도 집안에 별 달라질 건 없다. '하루 세끼 식구들 밥 챙겨 주는 것이 이렇게 번거롭고 큰 일이구나'를 새롭게 실감할 뿐. 그러나 언제나 나는 하루의 휴가 앞에서 수첩 한 장이 빽빽하도록 하루동안 할 일을 적는다.
오늘 할 일은
옥상에 배추 뽑고, 마늘 심기
아이들에게 맛있는 요리 해주기
냉장고 정리 하기
이불빨래 하기
이사하고 창고에 쌓아둔 것 정리하기
조카들에게 줄 아이들 옷 정리하기...
연가를 신청한 하루는 다른 날과 달리 48시간 혹은 72시간 정도는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나를 자주 본다. 오늘도 수첩에 적힌 목록중 3할도 못한 채 하루가 저물었다.
우리는 시간에 대해서 우리 사람들처럼 실수도 하고, 게으름도 부리고, 넉넉한 인심도 쓰는 것 정도로 오해를 하는 것 같다.
지난 가을 배추 파동때 급히 구하여 심은 모종이 글쎄 쌈배추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속이 차지 않았으니, 이를어째...
아이들에게 맛난 것 해준다고 큰 소리 뻥뻥친게 겨우 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