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어떤 아빠는 엄마보다 더 섬세하다

안동꿈 2010. 12. 21. 09:19

"오늘은 나가서 직접 애들 배웅하고 오지 그래?" 

격주로 돌아오는 토요일에 나는 쉬고 아이들은 등교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을 아빠가 배웅하는데 토요일은 나보고 하라고 한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와 함께 일주일중 아침에 유일하게 게으름 피울 수 있는 시간이라서 그것도 귀찮은 생각이 든다. 아이를 계단까지 보내놓고 '어휴 추워' 하면서 후딱 들어오니 '왜 그렇게 일찍 들어오냐'고 한다. '계단 내려가는거 보고 들어왔지요.' 하니까, 

"딸내미가 친구들을 만나서 학교로 갈 때 다시 이쪽을 보면서 손 흔드는 것까지 화답하고 와야지"

그러는 것이다. 

 

남편의 아이들 사랑은 유별나다. 큰 딸에게는 말없이, 작은 딸에게는 표나게...

작은 딸과 아침에 헤어질 때는 무려 세 번씩이나 아쉬운 작별 세리머니를 한다. 집 에서 나갈때, 계단에 내려가기 전에 두번 포옹과 뽀뽀를 하고, 친구들과 만나 학교로 향할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마지막 아쉬움을 전한다. 엄마와는 포옹과 뽀뽀세트 딱 한 번한다. 아침 시간에 가장 바쁜 엄마를 위해서 속성으로.

딸내미는 나가면서 항상 큰 소리로

"엄마. 열심히 할께"

그 목소리 들으면 열심히 안해도 기분은 좋다.

 

최근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있는 큰 딸과 더불어 엄마도 함께 다운되어 냉기가 감도는 저녁에 아빠가 부른다.

" 어이, 우리 딸 탁구 한 판 할래?"

딸은 금새 기분이 좋아져 탁구치러 나간다. 최근에 교회에 탁구대를 들여 놓았다. 처음엔 탁구공 주으러 다니는 일이 더 많던 애들도 제법 는것 같다. 기분 전환에 몸 움직이는 것 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아빠가 한 바탕 탁구공에 시달리고 나더니 시끌벅적 기분이 좋아져서 들어온다.

 

아이들은 엄마와 더 많이 교감하고 부딪치고 자기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데, 화해는 아빠와 하는것 같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여기에 적용해도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