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2010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가다
재즈 콘서트에 처음 가 보았다.
직장에서 연말도 되고 분위기도 낼겸 직원 상조회 지원을 받아 콘서트에 가게 되었다. 과 직원중 반 정도 참여한 것 같다. 콘서트를 반값에 볼 수 있어서 가기로 하는 실속파도 있는 것 같고, 과장님이 앞장서니 마지못해 참여하는 소심파도 있는 것 같다. 짐작컨데 그중에 재즈 매니아로 참여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업무를 마치자마자 문화회관 옆 식당에서 얼큰한 멸치찌개를 먹고 크리스마스 콘서트이니 크리스마스 캐롤 몇 곡 듣게 되겠구나 하는 무심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천 석 가까이 되는 그 큰 대강당에 거의 빈자리 없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먼저, 아주 편안한 옷차림의 핀란드의 유명 피아니스트인 이로 란탈라가 인사를 하고 자신이 작곡한 화려한 피아노 곡을 연주한다. 후에 나윤선을 소개하였다. 나윤선의 멘트는 당장 가수 이소라를 생각나게 했다. 노래할 때의 그토록 파워풀한 목소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굉장히 조용하고 마치 수줍어하는 사람같은 목소리로 멘트를 하는데, 적잖이 놀랐다.
나는 재즈를 잘 모른다. 감상을 적으려니 나의 재즈의 바탕이 너무 없다. 그래서 그저 나의 느낌을 얘기하자면 그의 노래는 내가 예술의 액기스를 실수로 흘려 버릴까봐 긴장하며 받아먹게 만드는 어떤 마력이 있었다. 함께 호흡하고 싶은 간절함이 그에게서가 아닌 나에게서 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노래 한 곡 한 곡은 완전한 창조물 같았다. 정갈하게 그리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완벽한 결정체를 우리에게 전해 주고자 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대중음악으로 보다는 바탕에 깔린 클래식의 기운이 너무 강하여 그의 재즈의 반 이상을 클래식이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건 국립합창단 단장이신 아버지와 성악가이신 어머니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이된다.
순식간에 1시간 반의 공연이 지나가 버렸다. 공연중에 핀란드 캐롤을 한 곡 소개하였는데 핀란드어 발음이 너무 어려워 우리들에겐 라라라로 음정을 따라하게 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건 함께 부르는 소리는 대부분 남자들의 목소리더라는 것이다. 둘러보니 정말 젊은 청년들이 굉장히 많았다.
또한 내 앞에 앉은 노부부의 모습에서 재즈 취향의 그 젊은 향내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졌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이참에 무식한 사람이 깨달은 바가 있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밝히자면,
클래식과 재즈 공연의 차이인데, 클래식은 아무때나 박수를 치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재즈는 감동받는대로 박수를 쳐야한다는 것. 그가 수시로 박수를 유도하는 센스있는 제스쳐로 나같은 사람도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었다. 어쨌든 클래식 감상하듯이 재즈공연에 임했다간 재미없다는 것.
나윤선 그의 재즈 콘서트 정말 멋졌다. 그의 공식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해외 공연 스케쥴이 꽉 차 있는걸 볼 수 있다. 언제 또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