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눈이 왔다. 부산에도...

안동꿈 2011. 1. 5. 07:26

 밤 늦게 굵은 눈발이 날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고맙게도 도로위의 눈은 모두 녹아, 눈에 관한한은 거의 무기력한 부산 사람들에게 참 다행스런 일이었다.

 

언제부턴가 굵은 눈발이 하늘에서 쏟아지면 강아지처럼 날뛰던 기호는 사라지고, 고요하게 쌓인 수채화같은 풍경을 보는 것이 좋아졌다. 부산에서의 눈은 늘 고향에서의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스무살이 되면서 부산에 왔으니, 부산에서 몇 년에 한번씩 오는 눈으로 추억을 만들 행운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향에서는 일 년에 한두번은 꼭 눈이 내렸다. 밤새 내린 눈이 아침에 일어나면 딴 세상을 만들어 놓은 그 황홀한 풍경은 여린 감수성엔 그야말로 경이로움이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서정시였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황홀한 사랑의 노래였고, 가장 완벽한 화가의 그림이었다. 거기에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온 몸으로 받아들여온 추억이 되었다.

요즘은 부산에도 일 년에 한번씩은 눈이 오니,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그런 풍경이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다.

 

출근길에 옆에서 감탄을 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길가에 차를 세웠고, 나는 급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마음에 그려진 한 폭의 풍경화만 못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