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것에 대한 조금 부정적인 측면
'긍정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이라는 말보다 좋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에 때론 긍정적인것, 밝은것이 거부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부서에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료 여직원이 있다. 그는 내가 여태껏 보아온 사람 중에 가장 긍정적이고, 밝고, 쾌활한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8개월여 기간동안 함께 지내오면서 걱정스런 표정이나 의기소침한 말투를 본 적이 없다. 상사가 어떤 핀잔을 줄라치면 크게 농담으로 되받아쳐서 누가 승자인지 그만 헷갈려 버린다. 귀찮고 피하고 싶은 자료를 요구할 때도 찾아와서 협박반 애교반에 화통한 웃음을 섞어서 밀어붙이면 아무도 못당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그런 긍정적인 면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가끔씩 너무 일에 허덕이고 있을때 한없이 밝기만한 그의 웃음소리는 마음에 거슬리더라는 것이다. 그의 긍정이 나에게 와서 튕겨져 나간다고 생각되어질때도 있었다.
이번에 그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그 부서에 있는 후배가 묻는다. '그 분 어때요?' '내가 이제껏 본 사람중에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 다운되어 있을때 마냥 긍정적인 그것이 거부감이 들때도 있더라' 그랬더니 후배가 가수 장기하씨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해준 얘기라면서, '누가 별일없니?'라고 물으면 '별일없다'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은 '나만 이렇게 힘들구나'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 자기에게 일어난 안좋은 일도 얘기하여 상대방에게 위안을 줄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한다. 지혜로운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참 낭패스러운 일로 자신에게 여간 실망되지 않아 한숨만 푹푹쉬며 퇴근하던 때였다. 온통 머리속엔 나의 실수한 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바닥을 치는 순간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패러다임쉬프트'라고나 할까.
'내가 낭패를 당했을때 몹시 고통스러운데, 나의 실수로 인하여 내 주위의 사람들은 위로를 받았겠구나' 하고...
'이 세상에는 늘 승승장구하여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과 자기의 실수로 인해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렇다면 나의 이 실패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으니 이토록 절망만 할 필요는 없겠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