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비싼 화장품을 살때 필요한 용기는?
사무실에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는 분이 찾아왔다. 평소에 나는 사무실에 상인들이 들어와도 눈길을 잘 주지 않는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스킨로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샘풀로 연명을 하고 있던터라 관심이 갔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올커니 하면서 옆 자리에 차고 앉는다.
그 아주머니, 보통 사람의 거의 배속으로 얘기를 하시는데, ' 이 크림을 쓰면 주름도 없어지고, 주근깨도 안 생기고, 3개월만 써보면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낄거다. 이거 하나면 1년은 쓴다. 스킨로션은 따로 사지 않아도될만큼 샘풀을 매달 갖다 주겠다.' 대충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이십만원을 넘어서는 크림 하나의 가격에, 아이들 학원비와 한 달 부식비 등이 오락가락 하면서 심한 갈등을 일으키는 중에 1년치 화장품비를 머리를 굴려가며 급히 계산을 해보았다. 그리고는 덜컹 구입하였다.
나는 주로 시장보러 마트 갔다가 화장품을 할인하고 있으면 사는 편이다. 어느 회사 제품을 고집하지도 않고 웬만하면 저렴한 걸로 구입한다. 혹 누가 선물로 주는 경우가 있으면 그땐 내 피부가 호사를 누리게 된다. 그리고 내가 비싼 화장품을 사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누구에게 선물을 줄 때이다. 나의 화장품 값은 늘 가족들의 각종 필요들에 의해 공격을 받는다. 공격하는 상대가 있는 건 아닌것 같고 스스로 공격자가 된다.
집에 돌아와서 괜히 마음에 찔려 두 딸에게 '엄마가 일을 저질렀다'고 화장품 산 얘기를 했더니, '엄마 생일에 동생이 스킨을 선물할 계획이었다'고 큰 딸이 얘기한다. 그리고 자기는 염색약을 사서 엄마 염색해줄 계획이란다. '어머, 그랬쩌...'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했다. 조금 후 남편이 들어오길래 '여보, 내가 일 냈어요' 하면서 남편 팔을 붙잡았더니, 두 딸도 옆에와서 '아빠. 용서해주세요' 하면서 오버액션을 한다. 남편은 세 모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머금고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표정이다. 큰 딸이 나의 화장품 산 경위를 얘기해주면서, '아빠, 놀랍지. 덤으로 받는게 정말 많아. 그리고 그 아주머니가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는게 엄마가 돈을 다 지불 안했기 때문에 매달 엄마를 찾아 온다는 거지.'
남편은 '아. 잘샀어.' 한다.
하긴, 내가 늘 궁상맞아서 문제지, 뭘 산 것에 대해서 남편은 늘 오케이다.
딸들도 남편도 모두 잘한 일이라고 하는데, 내 마음은 밤새 편치가 않다. 내가 괜한 짓을 했나봐. 내가 미쳤나봐...
아줌마가 비싼 화장품을 살때는 순간적인 용기로 할 수 있었지만, 남은 시간을 견디는 데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