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큰 딸의 황당한 잠자리 준비
" 엄마, 언니 잠잘 준비하는거 들어 볼래. 웃기지도 않아 "
토요일. 큰 딸은 외출하고 작은 딸이 내 옆에 앉아서 하는 얘기이다.
" 아빠와 엄마는 우리보다 먼저 자니까 언니가 잠잘 준비하는거 본 적 없잖아.
나는 미리 누워있고, 나중에 들어와서는..."
참고로 추운 겨울 난방절약을 위해서 우리 네식구는 다시 한 방에 자게 되었다.
" 마루에는 불을 환하게 켜놓고 그 불빛으로 자기 이불을 펴는 거야. 먼저 부드러운 이불을 힘껏 들었다가 펼쳐 놓고, 그 다음 이불을 한 개더 들었다 놓으며 편편하게 하여 부드러운 이불 위에 나란히 놓는거야(큰 딸은 이불이 가볍다고 늘 이불 두 개를 덮고 잔다. 사실 두꺼운 이불은 아빠와 엄마, 동생이 다 차지하였기 때문에). 아참 그전에 이불을 정리하기 위해 베개를 휙 던져 놓거든. 그 베개가 나한테 툭 떨어질 때도 있단 말이야. 나는 그냥 참고 있어.
이불을 다 펴고 나면 아까 던져 놓은 베개를 다시 주워 제자리에 놓는단 말야.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편편하게 해. 나참, 베개가 구겨질게 어딨다고...
그리고는 다시 마루로 나가서 물도 마시는 것 같고, 이리저리 불을 끄고는 다시 들어와. 그리고 잠시 불을 켜고 방 입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거야. 아마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확인하는 것 같애. 그런데 맨날 가는 길을 뭘 그렇게 오래 살피는지 나참. 나는 그때 불을 켜 놓고 있을 때가 제일 괴로워. 그리고는 불을 끄고 성큼성큼 자기 자리로 가거든. 그럴 때 가끔씩 내 몸의 일부를 살짝 밟을 때가 있어.
내가 '아야' 한단 말야. 그러면 건성으로 '어 미안' 하면서 자기 자리로 간다.
그러면 언니의 잠잘 준비가 끝나."
'괴물이야 괴물... 우리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야'
우리 모녀가 큰 딸의 이 기이한 행동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작은 딸의 맛깔스런 이야기에 배꼽을 잡았다.
참고로 큰 딸은 잠자리에 누운 이 시간을 너무나 행복해 한다. 그 행복한 시간을 준비하는 것 또한 더할 나위없는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