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죽을 각오로 쓰는 한국 남자들 비판
짧지 않은 직장 생활중에 가끔 가슴아프게 느껴졌던 일로, 요즘 젊은 세대와 많이 다른 오십대이상, 말하자면 386세대 이전의 남자 직장인들(대부분 관리자의 직위에 있는 것 같다.)에게서 보아왔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한번 얘기하고 싶었다. 이 글에 대해 여러 반대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기준 나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의 부재, 몇몇 사람들의 행태를 확대 해석한 것 등등... 어떤 분들은 오른손이 확 올라갈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제목에 변명을 해 놓았으니 변명은 이정도로 해두고...
나의 직속 상관인 우리 계장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 계장님은 오팔년 개띠이다. 전형적인 한국 직장 남자로, 퇴근 1시간전이면 이리저리 술 약속이 오간다. 술로 인한 에피소드는 차마 웃지못할 사연으로, 젊을 때 매일같이 술에 찌들어 집으로 돌아오니 하루는 퇴근시간에 맞춰 아내가 아이를 업고 사무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걸보고도 뒷문으로 도망가서 그날도 기어이 술을 먹고 들어갔다고 한다. 또한 근래엔 만취 상태에서 겨우 집을 찾아 초인종을 눌렀단다. 아내가 자다 일어나 얼굴도 안보고 문을 열어주고 도로 들어가 잤고, 자신은 소파에 고꾸라져 있다가 나중에야 정신이 들어보니 남의 집이었다고 한다.
우리 계장님은 이 직장에서 핵심부서만 전전하였고, 자타가 공인하는 리더십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술과 관련된 부분만 뺀다면 아주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데, 나는 그 두 부분의 공존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술자리에 자주 불려 다니는게 대단한 능력인줄 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걸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아내는 남편의 이러한 행태를 전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평범한 한국 남자들의 '젊은날의 초상'이다. 가정은 돌아볼 겨를이 없고, 육아와 가정의 모든 일들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겨진다.
남자들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 얘기를 자주 하는데, 아내들은 남편이 실제로 직장에서 당하는 스트레스 이상의 위기감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셔대니, 직장생활이 오죽 힘들면 저럴까...'
상상까지 동원해가며.
남자들이 자기가 맡은 경제적인 부분이 전부인양 그렇게 이기적으로 세월을 보내는 사이 가정에서의 남자들의 자리는 없어져가고 있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아버지의 자리, 남편의 자리는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지게 된다. 엄마와 아이들은 아버지의 몫과 남편의 몫을 조금씩 나눠서 분담하게 되고, 급기야는 아버지가 있으면 어색하고 이상하게 된다.
직장내에서 오십대 이상 남자들, 특별한 자신의 취미를 갖고 있지 않는 한 갈 곳이 없어 보인다. 저녁때가 되어 집에 돌아가는 일, 공휴일에 집에 붙어 있는 일이 눈치 보이는 것 같다. 평생을 그 시간에 밖에서 자유롭게 지냈으니, 가정에서는 아내나 아이들이나 그 시간에 남편이, 아빠가 없는게 자연스럽고 편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은 남자들이 젊을 때 자신이 감당해야할 몫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본다. 퇴근 시간이 되어도 술 약속도 없으면서 퇴근도 못하고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는 나이 지긋한 남자들 많다. 공휴일에도 꾸역꾸역 사무실 나와 시간만 죽이는 남자들도 꽤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남자들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요지부동 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자연스럽게 해내는 남자들 많다. 또한 386 이전 세대들도 동료들의 핀잔과 소외의 설움들을 겪어가며 가정에서 자신의 몫을 성실히 담당했던 분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노후 생활을 가질 자격을 얻게 된다. 사람의 노후에 가족과 함께하지 않는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