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찍는 증명사진
직장에서 신분증을 전자로 바꾼다고 증명사진을 제출하라고 한다. 증명사진을 내놓아야 할 때 기분좋게 내 놓은 기억이 없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에는 그렇다고 치고, 요즘은 흔한게 사진인데, 여전히 증명사진은 궁하다. 집에 돌아다니는 증명사진 중에서 최근걸 갖다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장 최근 사진이 무려 10년 전 것이다. 남편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다시 찍는게 좋겠다고 한다. 10년 전이면 서른 중반의 나이니 앳된 처지도 지나고, 얼굴도 유행을 타는지 촌스럽다.
직장에서 잠시 짬을 내어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 촬영후 바로 모니터로 사진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모니터에 수정중이거나 수정완료된 다른 사람들의 증명사진들이 함께 나타난다. 처음 보았을 때는 화장을 참 정교하게 잘 했구나 생각을 했다. 그 가운데 우뚝 선 자연 그대로의 거무죽죽한 내 사진이 보기에 참 민망하였다.
사진 앞에서 민망한 표정이 역력한 틈을 타 주인이 수정하라고 권한다. 가격이 얼마가 추가되며, 어떻게 변화되는지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머리카락도 정돈해주고, 점이나 잡티도 제거해 주며, 표정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이기를 '증명사진을 이렇게 한 번 잘 마련해 놓으면 앞으로 10년은 어디에 사진이 필요해도 걱정 없다'면서. 이렇게 급할 때마다 대충 찍어 놓으면, 다음에 중요할 때에도 또 급하게 다시 찍어야 하고 비용은 이중으로 들 수 밖에 없다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갈등이 생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나이에 증명사진 한 장 으로 내 인생이 달라질 여지는 거의 없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자신있게 수정하지 않겠다고 얘기하였다. 그리하여 무려 만오천원을 아낄 수 있었다. 사진을 받아들고 나올 때는 만오천원이면 살 수 있는 과일이니, 반찬 등이 떠오를 뿐 뽀샵에 대한 미련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