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엄마 친구들과 꼭 보라고 딸이 추천한 영화 '써니'

안동꿈 2011. 6. 7. 13:02

'써니'가 개봉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고2 큰 딸이

"엄마. 엄마 친구들이랑 이 영화 꼭 봐라" 그런다.

딸이 엄마 생각을 많이 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글쎄 야자 빼먹고 친구와 둘이서 보고와서 그런 소리를 한 것이었다. 처음 듣고선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것 쯤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

 

 

'마흔 중반에 돌아보는 고등학교 2학년'

요맘때면 유독 찬란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가 보다. 그 그리움이 풍선처럼 부풀은 마흔 중반의 아줌마에게 이 영화는 그야말로 폭발제였다.

정확하게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얘기라서 그토록 딸들과 남편은 나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한 것일까. 그들도 이런 나의 심정을 아는 것일까.

 

어쨌든 현충일, 남편과 둘이서 '써니'를 보고 왔다. 웃음도 눈물도 많이나는 영화라는 말에 원래 눈물이 많은 나는 얼마나 울게 될까 염려하며, 손수건도 두 개나 준비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손수건을 꺼내는 일이 생각보다 쑥스러운 일이었다. 간혹 두 볼을 흘러내려 목을 타고 내려오다 그치는 그런 눈물을 서너 차례 흘렸지 싶다.

 

임나미의 여리고 순수하면서도 촌스럽고 보이시한 모습이 마치 나의 그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배우 심은경이나 유호정이 너무 예뻐서 거칠게 항의할 분들이 많겠다).

 

'인생은 그렇게 찬란한 시절을 먹고, 서서히 빛이 바래는 것이다.

 인생은 다들 그렇게 슬픔을 머금고 지내는 거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는 사이에 떠오른 나의 생각이었다. 마지막 장면, 친구의 유언으로 인생을 바꿀 대박을 만나고 친구의 영정 앞에서 써니에 맞춰 흥겹게 춤출 수 있는 소망을 갖고 살지만 결론은 아련한 슬픔이 배어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아무튼 이 영화에 대한 손익을 이기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지난 추억으로 행복할 수 있는 엄마들에게는 물론이고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도 아내나 엄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영화(엄마도 순수한 여고시절이 있단다. 말로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음)이므로 우리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무조건 강형철 감독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