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와 통영을 둘러온 1박2일 휴가
'이번 여름 휴가는 맛있는 것 먹고, 편안히 쉬다 오기"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계획했다. 큰 딸이 중 3이었던 2년전 여름 휴가때 큰 딸은 '이번이 마지막 휴가다. 내년부터는 내가 고등학생이니, 휴가 같이 갈 생각 하지 말라. ' 고 했었는데, 작년에도 올해도 우리는 같이 휴가를 다녀왔다. 고 2인 큰 딸과 함께 휴가를 가기위해서 슬로건을 저리 내걸었을 것이다.
우선 행선지는 가까운 거제도로 정했다. 남편과 나는 두번이나 지나갔으나 아이들은 한번도 못 지나간 거가대교를 통해 거제도로 들어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했으나, 점심 때쯤 도착한 거가대교 휴게소에서 나같은 알뜰한(?) 아줌마를 유혹하는 안내문이 있어서 가족들을 꼬득여 점심을 먹였다. 그 문제의 안내문은 '식사 주문시 해금강 외도 관광유람선 할인권 증정' 이었다. 할인권 하나로 4명이 30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는 적잖은 할인혜택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전에 한번 와본 곳이라고 바람의언덕이 있는 도장포에 도착을 했고, 그 할인권은 구조라유람선을 이용할 경우에 할인되는 것으로서 결국 우리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우리는 도장포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에 흩어진 섬들을 구경하였다. 말로만 듣던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을 오늘에서야 구경하게 되었다. 기이한 바위산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온갖 세파에 깎이고 패여 그 아름다운 자태에 이른 때문이리라. 우리 사람도 많은 고난을 거쳐 낮아지고 겸손해져서 그 인격이 고매한데에 이르러야 아름다운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외도의 이국적인 정취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어느 곳에서도 짙푸른 바다가 바탕색으로 칠해진 외도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였다. 지금은 짙은 녹음으로 덮여있지만, 계절에 따라 무척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온갖 종류의 꽃과 식물들의 낙원인 그곳은 꽃이 풍성한 봄에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통영으로 건너갔다. 누군가 일러준대로 통영 중앙시장에서 회를 주문하여 장만해 준것을 바로 앞에 늘어서 있는 초장집에서 밥과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는 것이다. 광어 1마리, 우럭 2마리, 참돔 1마리에 3만원, 초장은 1인당 3천원, 매운탕은 5천원, 공기밥은 천원으로 각각 계산되었다. 결국 우리가 저녁값으로 지불한 것은 5만원 남짓이었다. 싱싱한 회와 맛있게 끓인 매운탕이 회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만족스런 식사였다. 광안리에서 가끔 회를 먹던 방식이어서 낯선 땅에서도 요령있고 만족스런 저녁식사를 한 셈이다.
통영에서 저녁을 먹고 나왔더니 통영 한산대첩축제 기간중이었다. 통영의 밤바다가 홍콩야경 못지 않게 멋이 있었다. 가수의 노래도 듣고, 거북선도 둘러보았다. 저녁 늦게 한적한 바닷가에 숙소를 정하여 푹 잤다.
다음날 아침으로 해물뚝배기를 먹고 통영 케이블카를 타보고, 청마 유치환기념관과 생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거제 포로수용소를 둘러보고, 몽돌 해수욕장에서 잠시 발을 담궈보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네 인생에 계획대로 되는게 얼마나 있었던가. 잘 먹고, 잘 쉬고 오겠다던 휴가는 거제도 통영을 다시 와보지 않아도될 만큼 샅샅이 훝어보고 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가며 보았던 차창밖 고향같은 풍경들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도 풀파도 이는 들녘과 시골풍경들이 무척이나 그리웠던 모양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라면서 길가다 차를 세워주란다. 마지막으로 1박2일 동안 꼬박 운전하며 고생한 남편을 위해 세 여자가 위로의 말과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주는 일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