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아빠와 딸

안동꿈 2011. 9. 6. 20:24

남편이 2박3일 세미나차 서울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인 작은딸은 아빠와 떨어지는 것이 무척 섭섭한 모양이다. 떠나기 며칠전부터 '아빠, 나 없어도 되겠나, 아빠는 내가 옆에 있어야 되는데 어떡하지...' 하면서 애정 표현을 남발한다. 내가 보기에 둘은 어떤 부녀간 보다도 다정하다. 요즘은 부모자식간에 대부분 격의없고 친구같이 지내는 것 같다. 특히 예전 아버지의 엄한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 대체로 무심하거나 다정하거나 이렇게 둘로 구분되는 것 같다.  

 

작은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아빠와 통화를 하고도 밤 12시가 넘어 아빠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새벽에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12시 넘어서 집에서 전화가 몇 통이나 와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상기된 표정으로 작은 딸을 찾는다. 딸에게 보여줄게 있다면서. 글쎄 이번 세미나에 같이 간 동기가 그집 막내에게서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나름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우리 작은 딸, 평소 대화는 닭살스럽게 하여도 핸드폰 문자는 '용건만 간단히' 원칙을 지키므로 요런 문자 한번 받아 본적이 없는 남편은 부러울만 했을 것이다.  

 

작은 딸이 아빠 폰에서 남의 딸이 보낸 문자를 보고

"아빠. 그건 알라들이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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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이 특별한 관계를 나는 감히 남자들의 두번째 사랑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질투하지 않고, 속내를 감출 필요도 없고, 밀고당기는 신경전도 필요없다. 이토록 편하면서도 즐거운 사랑이 어디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