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의 이상한 공부습관
" 엄마 먼저 자도돼?"(엄마)
" 그럼, 내가 자지말라고 하겠나?"(딸)
" 맨날 먼저 자면서 그지?"(엄마)
" 그러니까."(딸)
" 그러니까 "(엄마)
중3 큰 딸의 기말고사 첫날 저녁 11시 20분에 나눈 대화다. 무슨 개그도 아니고.
요즘 공부하는것 힘들어할까봐 눈치보며 기분 맞춰준다고 대화상대를 해주면
" 웃기시네 "
" 그래 엄마가 유머감각이 좀 있긴 하지"
......
큰 딸내미 공부 습관은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자기방은 엉망으로 해놓고 거실에 나와 또 어지럽힌다.
과목별로 공부한 것과 하지않은것 구분해서 주욱 늘어놓고는 손도 못데게 하는데 나는 아무리 눈씻고봐도 경계선도 없는것이 구분이 모호하기만 하다. 한달전부터 이러고 있으니 마치 시험기간에 나만 괴로울 수 없다는 무언의 시위 같기도 하고...
공부중에는 뭐라 중얼거리면서 하는지 도통 다른 식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러 다른 소리를 내어도 듣는지 못듣는지 아무말 하지 않으니 뭐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는 공부한것을 확인한다고 엄마에게 문제를 내주란다. 그것 또한 여간 피곤한일이 아니다. 눈치보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피해가려면 동생을 불러서 또 부려먹는다. 그래서 우리가 붙인 별명이 '괴물'이다.
한달전부터 시험공부한다고 작전돌입하고서는 다른애들은 아직 공부 안하는것 같단다.
급기야 일주일 전에는
" 엄마, 내일 시험치면 좋겠다 "
나원참 지난 중간고사 때도 그렇게 엄마에게 희망만 잔뜩 심어놓고선.
나는 학교다닐때 맨날 시간이 부족했는데 자다가 못다한 시험공부 때문에 가위눌려서 깨고.
딸내미 씻는 시간은 항상 저녁 9시 30분.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자기가 씻는시간이 정해져있는데 잊어버렸다고 투덜거린다. 조금 늦을수도있고 빠를수도 있지 그러느냐고하면 그때 머리를 감고 말리고 자야 머리스타일이 제일 예쁘다나. 그리고 머리를 말리는 과정은 또 가관으로 10분마다 거울앞에가서 머리말리는 과정을 확인한다. 아무리 시험기간이라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
고지식하여 외모와 학습은 반비례하는걸로 굳게 믿고있는 이 엄마에겐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그게아니라는 딸의 주장에 '그런가?' 세대차이나고 말 안통하는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성질나도 참는다.
어쨌든 자기 스스로 비록 독특하긴하지만 가장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며 혼란한 시기를 잘 견뎌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