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배추 뽑아 김장 담았어요.

안동꿈 2011. 12. 22. 08:37

날씨가 많이 차가와졌다. 집집마다 대부분 김장도 끝난 시기이다. 우리도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김장을 했다. 주위의 베테랑 주부들도 요즘은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구입하여 김장을 담는걸 볼 수 있다. 그런데 교회 권사님이 밭에 소일삼아 심어논 배추가 그렇게 실하진 않아도 김장 담을 정도는 된다고 뽑아서 김장을 하자고 하셨다.

 

연말이라 바쁜데... 이 추위에 배추를 뽑아서 김장을 담아야 한다니... 한숨이 나왔지만 나는 그 정성을 거절할 위인이 못되었다. 시간을 쪼개어 금요일 오후 반일 연가를 내고, 배추밭이 있는 강서로 달렸다. 눈만 빼꼼 나오게 중무장을 한 권사님에 비해 나는 나들이 수준의 복장이었다. 그래도 으샤으샤 열심히 배추를 뽑았더니 추위는 견딜만 했다.

 

배추뿐 아니라 무우, 겨울초, 상추, 풋마늘 등 손에 잡히는대로 뽑아와서 쏟아 놓았더니 곳간이 풍성하다. 배추를 다듬는데 속이 샛노란게 볼수록 탐스럽다. 그냥 뜯어먹어도 아삭아삭한게 여간 맛있지 않아 김장을 해놓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흐뭇한 마음이었다.

 

저녁에 소금에 절이고, 한반중에 한번 뒤집고, 아침 일찍 물에 씻어 건져놓은 후 남편과 함께 농산물 시장에 양념을 사러 갔다. 마늘, 생강, 갓, 잔파, 대파, 미나리, 다시멸치, 새우젓 등을 사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남편의 강력한 권유로 영양 태양초 고추를 선택하기까지 나는 많은 갈등을 했다. 다른 모든 양념을 합한 것보다 고춧가루가 훨씬 비쌌으니까. 아니 어쩌면 잘 선택한 일인지도 모르는건 만약 김치가 맛이 없기라도 하면 싼 고춧가루를 선택한 내 탓을 했을테니...

 

육수를 내어 찹쌀풀을 쑤고 각종 야채를 썰어 속을 만들어 김장을 마무리한 것이 토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배추도 좋고 양념도 좋아 어느때보다 맛있게 되었다. 긴 살림 경력에 여태껏 김장을 내가 도맡아 한적이 없었는데 자신감도 생겼다. 어쨌거나 이 시원찮은 주부가 배추밭에서 배추를 뽑아서 김장을 담은 경험은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랑삼아 얘기하는 무용담이 되었다. 

 

김장 담으면서, 손에 양념이 묻은 것도 그렇고 함께 일하는 분 앞에서 쑥스러워 사진을 못 찍어 맹숭맹숭한 포스팅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