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오늘 당직이라 시간 맞춰 당직실에 도착하였다. 휴일이라 사무실 입구마다 주인을 만나지 못한 신문들이 널부러져 있다. 당직실 바로 옆이 노조지부 사무실이다. 그 앞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던져져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들의 색깔을 가지고 자기와 비슷한 색깔을 찾아 좋아하고 곁에 두고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미 나와 다르다고 알려진 것들은 접근을 금지시키고 자신의 주변을 자기와 비슷한 것들로 채우고 그 한가지 방향으로 더욱 강력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 거리감을 두었던 사람과 같이 지내게 되어 오래 얘기를 나누어 보고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감으로써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그것들을 이해하려고 접근하다보면 우리의 생각은 더 커지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헤엄쳐 가야할 인생의 바다에서 더 지혜롭게 지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건너는 삶의 바다는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니까.
어차피 삶의 바다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는 폭풍우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여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는 가족, 동료 그리고 이웃과 협력해야하므로...
그들이 실수했듯 우리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
상대팀을 강력한 공격으로 침몰시키고 나면 우리는 또 동료중에서 약간 다른 색깔을 지닌 자들도 버릴 수 있는 법. 그리고 남겨진 최후의 승자는 이 인생의 바다에서 승리의 쾌감으로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그것을 향해 무턱대고 달려가는 어리석은 자들같다.
주저리주저리. 흐린 휴일 오후 블러그도 내마음도 주저리주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