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책읽기

그가 잠시 선택한 또 하나의 직업 '하버드 백수' by 허용범

안동꿈 2012. 1. 26. 22:44

이십여년 지기 고향친구의 오빠가 책을 썼다.  물론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출판기념회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며칠후 친구가 보내준 책을 사무실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나는 책을 받자마자 주위에 저자의 굵직한 약력을 소개하면서 자랑을 늘어 놓았다. 내 오빠도 아닌 친구의 오빠지만 언제나 그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곤 한다. 

 

 

저자에 대한 나의 인식은 내가 자란 고향에서 보고 들은 것과 그의 동생인 친구를 통해서 그리고 그의 글을 통해서 알게된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객관적이고 진실에 아주 근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가 속한 곳에서 늘 최고를 만진 사람이며 그는 그것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취한 것이기에 더 값진 것이다. 그의 화려한 약력들은 그의 능력이 어떠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준다.

 

그가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들어간 80년대 중반은 민주화 운동으로 온 캠퍼스가 몸살을 앓고 있던 때였다. 그가 비록 법학을 전공했지만 그 길을 갈 수 없었던 것은 정의의 이름으로 법에 대항하며 스러져가는 친구들 앞에서 차마 취할 수 없는 길이었다고 한다. 마음깊이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그는 무지막지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정의의 이름으로 일할 수 있는 언론의 길을 택했다. 군 제대후 첫 언론사 시험이 있었던 조선일보에 들어가 18년간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서 혼신을 다했고 그때 1년의 단기연수 기간중에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자들의 꽃인 워싱턴 특파원 3년만에 정치를 택했다. 그러나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말았다. 그후 초대 국회대변인을 지내기도 하고 여러가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스스로 붙인 '하버드 백수'의 여정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여정을 이렇게 풀어본다. 그리고 이것이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동일한 생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는 최고의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고, 정의를 위해 기자를 했고 거기서 정치부 기자로 현실정치를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고, 케네디스쿨에서 최고의 엘리트 정치를 배웠고 워싱턴 특파원시절 최고의 정치를 보았고 체험했다. 그는 법을 알고 정치를 알며 정의를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고를 만지고 보았고 처절한 실패도 경험했다. 그의 준비목록에는 이 실패도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정치가 뒷골목을 헤매는 나라와 반듯하게 세워진 나라의 극한 대조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로의 사명은 더욱 간절했으리라.  그는 그의 뼛속까지 스며있는 정의에 대한 갈망을 말로써 글로써 드러낼줄 알며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은 언제나 정확하고 힘이 있고 그 생각의 깊이를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누구든 속에 뜨거운 정의에 대한 갈망이 흐르고 있다고 해도 드러낼 수 없다면,  말로서 글로서 공감하며 함께 일구어 나가게 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책에는 그의 취미인 암벽등반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다.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게 하는 이 취미는 그가 어떠한 상황에 놓일지라도 의연하게 해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 같았다.

 

덧붙여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정세의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귀한 책에 대한 섣부른 소감이 친구 오빠에게 누가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