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으로 엄마 생일 선물을 산 큰 딸
큰 딸은 올 해 고3이다.
다들 고 3이 되면 더 예민해진다고 하는데, 딸은 더 예민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속으로는 많이 긴장할텐데 드러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겨울방학 기간중 독서실에 틀어박혀 살더니 방학 끝나는 토요일 마지막 자유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면서 손에 종이 가방을 들고와서 '엄마 생일 선물이다' 한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초록색 악어집에서 사온 것이다. 대뜸 비싸지 않냐고 물었더니 할인을 많이 해줬단다. 세뱃돈으로 산 것이란다. 내가 알기로 이번 설날에 세뱃돈도 많이 받지 못한걸로 알고 있는데, 반 이상을 투자해서 내 옷을 산 것이다.
색상과 치수가 다 마음에 들고 내 몸에 맞았지만, 추운 겨울철에 넉넉히 속 옷을 챙겨입고 입으려면 한 치수 큰 걸로 바꾸는게 낫겠다고 하자 매장에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매장에 들렀더니
" 딸이 엄마가 엄청 날씬하다고 그러데요." 한다.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딸이 엄마한테 선물하는 거예요?" 하길래
"예. 세뱃돈 받은 걸로 생일선물을 사 주네요."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날 뭇 아줌마는 물론 남편에게서까지 부러움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딸이 세뱃돈을 털어 엄마 생일 선물을 챙겨주고,
더구나 매서운 겨울 날씨에 집에서 제법 떨어진 할인 매장을 찾아서, 매장 아줌마들의 추천과 조언에 귀 기울여 엄마 생일 선물을 챙긴 딸의 정성에 무척 감동했고 고마웠다.
나는 어릴 때 엄마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 무슨 선물 해줄까' 물었었고, 그럴때마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엄마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 들여서 정말 아무것도 챙겨주지 못했다. 옛 이야기에 생선 머리만 드시는 엄마에게 엄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한다고 했다더니 내가 그 짝이었다. 그래놓고 엄마 생각한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으니... 그러고보면 우리 딸은 나 보다 일찍 철이 든 것일까.
며칠 입은 후 생각이 나서 걸어놓고 한 컷
역시 마네킹에 입혀놓은 옷이 폼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