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자식은 앞바라지가 아닌 뒷바라지

안동꿈 2012. 2. 24. 07:30

마흔 중반쯤 되니 주위의 비슷한 연배들의 이야기의 주제가 주로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자녀를 돈으로 키운다고도 하는데, 그러한 생각을 뒤집는 사례들을 만날때 우리는 희망을 느낀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여 아이들의 꿈을 충분히 뒷바라지 해주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여 부모 걱정 마저 덜어주는 이들도 있어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한다.

   

우리 보다 몇 달뒤에 해운대 신도시 입구에 교회를 개척한 남편의 동기 목사님이 계신다. 얼마전 동기 목사 부부 네 팀이 하루동안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개척교회 사모님과 나란히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성도들이 없다는 얘기와 함께, 큰 딸이 중 3인데 국제고등학교를 가고 싶어하고, 실력도 충분한데 보낼 형편이 안된다고 한다. 등록금도 물론 일반고 보다 더 비싸고, 그곳에서 살아 남으려면 따로 사교육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사교육은 엄두도 못내는데, 학교에서 학원 숙제한다고 분주한 아이들은 도리어 딸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그 문제들을 척척 풀어준다고 한다. 딸은 자신의 꿈이 분명하여 블로그도 만들어 부지런히 글도 올리며, 대학에서의 전공과 그후의 구체적인 포부도 명확하게 서 있다고 한다. 그러나 딸의 꿈을 전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 만남이 지난 7월이었는데, 얼마전 남편을 통해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 딸이 공기업에서 주는 장학금을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국의 몇 개 학교를 선별하여 한 학교 한 명에게 주는 장학금으로, 고등학교 3년간 천만원이 넘는 금액의 장학금을 받게되고, 대학교도 간단한 조건만 충족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단다. 그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 하나님께 통곡하며(?)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그 소식에 마음이 뭉클했고, 또한 부럽기도 했다.

 

그 딸은 그렇게 바라던 국제고에 입학하게 되어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며 입학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믿으며 뒤에서 지켜보는 일은 오히려 부모가 많은 투자와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 앞장서서 하는 어떤 일보다 지극히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