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왜 잘해주는 시어머니에게 화가 날까.
얼마전 직장의 옆 동료에게 나의 생일날 시부모님께서 생일 상을 차려주러 오신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더니, 자기 시어머니는 결혼후 자기 생일상을 한번도 빼먹지 않고 차려주셨다고 한다. 자기 생일상 뿐아니라, 아들과 손주들 생일상도 빠짐없이 챙겨주신다고 얘기를 하면서 그게 뭐 대수며 좋은 일이냐는 표정으로 얘기를 한다.
시어머니가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혼자 살고 계신데, 아이들이 어릴때는 간식 챙겨주신다고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올때 쯤 집에 오셔서 간식도 챙기시고 집안 여기저기를 돌보시고 가신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생활이 시어머니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것이 정말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크면 안오시겠지 하는 기대로 지내왔는데,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낮에 오셔서 국이니 반찬이니 챙겨 놓으시고 집안 곳곳을 손보시고 가시니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나 요리들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정성껏 해주고 싶은데 그럴 기회를 시어머니가 빼앗아 가는 것도 또 하나의 불만이라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나처럼 잘하는 시어머니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그 호의가 자신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에게 저런 마음을 가지는 건 분명히 며느리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소 혼란스러운건 옆에서 지켜본 이 직원은 다른 사람을 많이 생각해주고 희생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시어머니에게 매달 챙겨드리는 용돈은 그들의 수입에 비해 매우 많이 드리는걸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시어머니'라고 하면 막연히 며느리 구박하는 존재를 연상하지만 요즘 주위에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는 거의 없다. 그러나 모든 시어머니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시어머니는 '며느리 구박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는 자신은 좋은 시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는 그렇지 않다는데 갈등이 있다. 요즘 대부분의 젊은 며느리들은 잘 챙겨주는 시어머니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없어서 못먹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시어머니는 마음이 불편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에게는 시어머니가 옆에 계시지 않는 것이 챙겨주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그러니 시어머니의 마음속에는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우리 며느리는 왜 저렇게 뚱하게 나를 대할까' 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고, 그 생각은 그 아들인 남편도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데 현대판 시집살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엄마처럼 며느리에게 잘하는 사람은 없을거야.' 그런 생각은 아내를 한없이 소외시킨다.
동료의 이러한 논리는 일부분이든지 혹은 전부이든지 많은 며느리들의 공감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