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남편 그리고 나

안동꿈 2009. 7. 15. 18:11

  ~수많은 날은 떠나 갔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뭔가에 몰두해 있는 저녁 아홉시 즈음 남편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내맘의 강물'

  " 아빠 또 저 노래 듣네" 

  아이들은 갑작스런 방해에 어떤 반응을 해야할 의무라도 있는 듯 늘 이런 반응을 간단히 보이고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한다.

  남편과 함께한 16년 정도의 시간 동안 각자의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온 것 같은데, 남편은 베스트와 워스트가 분명하고 나는 그렇지 못하다. 각자의 성격대로 남편은 매사가 분명하고 나는 매사가 모호하다. 남편은 매사가 분명해야 자신도 상대방도 편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남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남편은 자신이 뭘 좋아한다고 꼭꼭 집어 얘기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남편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줄줄 꿰고 있으며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남편은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했고, 조영남과 패티김을 좋아했고, 패티 페이지 특히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좋아했고, 김승옥과 최인호를 무척 좋아하고 물방아와 내맘의 강물을 무지하게 좋아하여 우리들의 귀를 세뇌시켰고 지금도 그렇다.

  남편은 때가 되었는데 식사 준비가 늦어지는 걸 무척 싫어하고 징징거리며 불평하는걸 무지하게 싫어한다. 남편은 여자들의 눈물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눈물에 약하다고 하던데 남편은 그렇지 않고, 나는 사귄 남자라고는 남편 밖에 없으니 남자들이 여자들의 눈물에 약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믿고 살고 있는 형편이다.

  나는 나에게 어떤 선택이 주어질 때 '상대방의 성격이 이러하니 이걸 좋아할텐데 내가 저걸 선택하면 곤란해지겠는 걸' 이러한 생각까지 하면서 나의 기호를 무시한다.

  남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과 선택만 간단하게 얘기하고 만다. 묻지 않는 이상 부연설명도 이유도 달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옆에서 상대방이 오해할까봐 안달을 한다. 나는 내가 이런 답을 하면 이렇게 오해를 할 수 있으니까 그것까지 감안하여 줄줄이 설명을 덧붙인다. 돌아보면 남의 오해까지 일일이 해결해주며 산다는 것 참 어리석은 생활방식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오해가 전혀 없을 수가 없으며 있다하더라도 진실은 결국 밝혀지니 남편의 생활방식이 훨씬 세련됐다고 생각되어진다. 또 더 깊은 분석을 해볼 때 나는 나를 늘 변호하며 자신이 부당하게 오해받아 손해보지 않으려는 조급함과 이기적인 동기에서 그렇게 하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구구절절이 남편과 나를 비교 분석해 보았지만 어쩌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