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전화통화와 문자중 어느 것이 더 예의바른가

안동꿈 2012. 8. 17. 07:30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어떤 것이 더 예의 바른 행위일까.

아마 세대별로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직장에서 맡은 업무중 하나로 대학입시설명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분과 부산에서 입시관련 전문가를 각각 섭외하고 일정을 조정하고 강의 장소를 정하고, 언론보도자료를 내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원고를 받아 책자를 인쇄하고...

예산이 부족하여 인쇄비 흥정하고...강사료는 남은 돈으로 어찌해볼 요량으로 미리 언급도 못하고 행사를 진행하였다. 

미리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두 분 강사님들이 강사료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강사료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일정을 진행해주신 두 분 강사님께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강사님들이 워낙 바쁜 분들이라 선뜻 전화를 못 걸고 모든 의사소통은 문자와 메일로 하였다. 그 바쁜 모든 일정들 사이에도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행사 당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인가' 였다.

 

그런데 시작 10분전 모든 좌석이 다 찼고, 책자는 동이났다. 대강당 통로마다 임시 의자를 갖다놓고 서 있는 분들에게 앉게 했다. 설명회는 성공적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결과보고서 작성하고 강사료를 챙기던중 처음 계획보다 강사료가 좀 적게 지급될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타 기관에서 지급했던 수준으로 지급하면 될 것 같아서 잡았던 액수보다 좀 적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편짓글을 작성하여 긴 문자를 보냈다. '강사님의 명성에 힘입어 성황리에 설명회를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강사료 금액과 입금일자 등과 죄송하다는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넣었다.

 

한 분은 '괜찮습니다' 라는 간단한 답장이 바로 왔고, 한 분은 다음날 휴가중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차안에서 졸다가, 낯선 전화번호에 얼떨결에 받았는데 강사님이 

"정말 준비를 많이 하셨더군요...제가 다녀본 설명회 중에 최고였습니다..."

몸둘 바를 모르게 칭찬을 하신다.

" 아이구 아닙니다. 강사님의 유명세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된거죠. 저희들이 정말로 감사드릴 일이지요..."

한참을 통화하고 전화를 끊고난 후 마음에 뭔가 해결되지 못한 불편함이 있었다.

나는 문자로 감사를 전했고, 강사님은 전화를 주셨다. 그게 이유였다.

나는 정중히 감사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강사님은 답장을 주지 않아도 그만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문자만 달랑 날렸고, 그는 전화를 주었다.

그 상황속에서 문자는 '무례한' 이었고, 전화는 '정중한' 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남아있는 느낌은 그랬다.

 

전화통화와 문자는 세대별로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 같다.

여든을 바라보는 우리 시아버지께 알려드릴 일을 문자로 보내는 일을 상상할 수 없는 것 만큼이나 우리 딸에게 선뜻 전화벨을 울리지 못한다. 언젠가 전화를 했더니 급하게 전화가 끊어지고 바로 문자로 '왜? 무슨일인데...'라고 날아온다.

 

마흔 중반의 내가 문자 한통으로 감사를 전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것은 나보다 연배가 높은 그 강사에게는 다소 무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내가 먼저 정중하게 전화를 한 통 했어야 하는건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예의라는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판단되는 것일진데...

휴대폰 문화, 우리의 문화의식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래서 이렇게 더 혼란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세대가 아닌 개인적인 휴대폰 역사에 따라 그 예의의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무례하게 느꼈던 '달랑 문자' 한 통도 그 강사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