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즐거움을 맛보고 싶으면 버스를 타라
"언니, 언니, 정말 신기해요.
제가 퇴근하면서 백화점에 들렀다가 집에가는 길인데 차비가 한번밖에 안들었어요."
직장 후배가 평생 분신처럼 달고 다니던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결정한 첫날이었다. 퇴근길에 걸려온 그의 전화는 무슨 신기한 발견을 한 듯 호들갑스러웠다.
" 요즘 버스 환승 잘 하면 괜히 돈 버는 기분이라니까.
나는 퇴근하다가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까지 보고 환승해서 집에 가는걸.
그뿐인줄 아냐. 버스 정류소에 버스도착시간 알리는 전광판도 있어서 빨리 오는 차 골라탈 수도 있지. 도착시간 전광판이 없는 곳도 있어서 나는 스마트폰에 앱 설치해서 버스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버스 타지. 그러면 재미가 더 쏠쏠해."
후배는 무슨 딴 세상에 온 듯 황홀해 한다.
아마 예전에 버스 기다릴때 공상만 해보던 일들이 요즘 현실이 되어있으니, 오랜만에 버스 타는 사람들은 신기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버스타는 데서 무척 행복을 느낀다.
버스를 타면 창 밖으로 비치는 계절의 변화를 넋놓고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파란하늘, 한가로이 흩어져있는 구름들을 한참 쳐다보는 즐거움은
자가운전자들은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어제 못 보았던 담장밑 장미에 감격하여 그 감동을 잊기전에 트위트에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버스엔에서는 가능한 일...
그리고 버스를 타는 것은 차를 운전하는 것 보다 화낼 일이 적다.
앞차는 늘 답답하고, 뒷차는 늘 나를 못마땅해하고...
옆을 스치는 차도 즐거움을 주는 일은 없다.
도시에서 운전하는 일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 마음을 긁히는 일...
나는 출근길 한가한 좌석버스 안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 보았다.
샌드위치 먹어봤고, 립스틱 발라봤다.
책과 잠은 기본, 트위터 해봤고, 블로그 댓글도 달아봤고
양말도 신어봤고, 시간에 쫓기던 업무처리도 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버스타는 일의 즐거움은
분주한 일상에서 일정 시간만큼은 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쉬지만 버스는 열심히 움직여 나의 집, 나의 직장으로 데려다준다.
그 여유가 나는 좋다.
어쨌든 나는 버스타는 일을 무척 즐긴다.
후배도 이 즐거움을 알게 될까...
아니면 곧 불편함들이 느껴져 포기하게 될까.
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