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오해한 카톡, 밝혀진 진실

안동꿈 2012. 10. 20. 16:39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직장 상사중 예순을 바라보는 분이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카톡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루에도 두세번씩 어디서 얻은 자료인지 모를 신통방통한 자료들을 실어 나른다. 귀찮을 때도 많지만 가끔 보석 같은 감동이 있는 영상도 있고 배꼽 빠지는 이야기들도 있어 활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날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폰이 진동하면서 도착한 카톡은

'성인물이니 혼자있을 때 보라'는 것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나를 뭘로 보고 이런 걸 보내나 싶은게 기분이 나빴다. 그런 걸 보낼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보내왔으니 더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나는 내용을 열었을 때의 파장(마음에 새겨질 영상)들을 염려하여 열지도 않고 삭제를 하였다. 그런데 폰에서 내용을 지웠는데도 채팅창에는 그 부분이 남아있었다. 그건 새로운 채팅으로 화면을 다 채울 때까지는 나타나는 것 같았다. 만일 아이들이나 남편이 지나다가 보기라도 한다면 안되겠다 싶어 패턴까지 설정을 했다. 

 

이 일을 한번 얘기를 하는게 맞는지, 그냥 넘어가는게 맞는지 좀 혼란스러웠다. 얘기를 하게되면 어떻게 조리있게 말해야 할 지 조심조심 멘트를 작성하며 수정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실제로 말을 하지는 못했다. 상사한테 정색을 하고 바른 소리를 한다는게 이 사회에서 간단한 일은 아니잖은가.

 

그후론 또 그런 종류의 카톡이 올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도움이 되는 정보나 좋은 시들은 보내와도 그런 종류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렇게 2,3주가 지나며 잊혀질 때쯤, 옆 동료가 한참을 큭큭거리더니 누가 카톡을 보내왔는데, 보내줄테니 한번 받아보라는 것이다. 열어보니 전에 그 문제의 카톡과 똑 같은 것이었다. 멈칫하고 있는 나에게 '지금 열어봐도 된다.' 고 한다. 열어보니 성인물은 생수병에 적힌 생수이름이고, 식기전에 보라는 건 따뜻한 죽 한그릇이었다.

 

나는 그저 마음놓고 웃어버릴 수만은 없었다. 그 상사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 그때 내용도 보지않고 삭제해놓고, 상사에게 정색을 하고 얘기를 했으면 얼마나 미안했겠는가. 인내란 이럴때 하는 건 아닌것 같은데 어쨌든 내게는 그 일이 참 다행스럽게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그 사실을 옆 동료에게 소상히 얘기했더니, 자기는 이 카톡을 받고 친구를 놀릴 생각으로 자기 친한 친구에게 보냈더니 그 친구는 이미 그 파일을 받았는데, 그걸 그 상사가 보내왔었단다. 그 친구도 처음에 그걸 받고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 풀리게 되어있다. 오해한 그 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이밭에서 신발끈 묶지마라.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묶지 마라고 하는 옛말도 있는데 일부러 오해를 불렀으니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