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행복에 대한 오해

안동꿈 2013. 4. 15. 07:30

남편이 후배 이야기를 한다.

그 후배는 월요일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은퇴하신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참, 대단하네요. 당신도 좀 배우세요. 맨날 부모님께 가면 빨리 집에 올 생각만 하지말고...아참, 거기는 아직 아이가 없죠? 그러면 좀 시간적인 여유는 있겠네요."

 

결혼 한지 여러 해가 지났으나 아직 아이가 없다고 했던 후배네 이야기다. 그들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 하거나 걱정하면서 지내지는 않는다. 없으면 없는대로 마음 편하게 산다고 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이 참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마치 우리에게 이미 있는 것은 변함없이 내 것이니 돌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남에게 있는 것을 날마다 오매불망 쳐다보며 사는 것 같다. 그것을 쳐다보고 부러워하고 간절히 바라면 그게 나에게 주어지기라도 하는 것 처럼.

 

결혼하고 때가 되어도 아이가 생기기 않으면 세상에서 혼자 불행한 것 같아 이리저리 온갖 속설과 주위 사람들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서로 배우자를 원망하기도 한다. 또한 자식이 크면서 속 썩이면 '무자식이 상팔자지'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이 미련한 우리다.

 

돈만 많이 벌어오면 최고의 남편일 것 같아도 자상하고 배려많은 주변의 남편들 얘기를 들으면 또 그것이 부러워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들의 이런 불평 보따리들이 어찌 간단한 한두마디로 소진되겠는가.

 

우리는 언제나 자기 주위에 있는 것엔 관심이 없다. 자신에게 있는 좋은 것은 한번 맛 보았으니, 다른 것도 맛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생각들이 늘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데 있다.

 

철 없을 땐, 그것만 가지게 되면 행복할 것 같아서 다른 건 쳐다보지도 않고 열심히 달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은 우리가 찾아 헤맨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걸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내게 있는 것도 남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행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 몇 가지 대표적인 것, 그걸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행복의 색깔은 너무나 다양해서 모두 제각각의 행복을 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있는 행복들, 미처 헤아려 보기도 전에 우리는 떠나야 할수도 있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것을 쟁취하였을 때 맛보는 그 행복한 순간이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것 나에게서 보고 누리는 행복의 시간이 그리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진실, 진리를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많이 흐려지고 왜곡된 것을 알 수 있다. 일생동안 손에 잡힐 듯 잡지 못하고 좇았던 행복이나 날마다 내가 만질 수 있었으나 만지지 않았던 행복이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그 차이는 우리가 만들어낸 왜곡된 마음 때문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