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어버이날, 막내시누이에게서 온 카톡

안동꿈 2013. 5. 7. 21:21

우리나라 며느리들이 일 년중 공식적으로 긴장하는 날들이 몇 일 있다. 두 번의 큰 명절과 시부모님 생신, 어버이 날 등일 것이다. 가정에 따라 제삿 날이 포함되는 집도 물론 있을 것이다.

 

시댁에서 유일한 며느리인 나는 정신없이 지내면서 그 기념일이 임박했는데도 생각 못하고 있다가 특별히 영특한 둘째 시누이에게서 연락이 오면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올 해 어버이 날도 둘째 시누이가 동생들과 나에게 동시 카톡을  보내오면서 서로 오랜만의 안부와 누가 한 마디 올리면 각각 의견을 다느라 한참을 복잡하게 손으로 의사를 주고 받다가 겨우 식사 날을 잡게 되었다. 우리들 중 연배가 더 되는 나는 손으로 말하는게 언제나 너무 어렵다.

 

나이가 들고부터는 기념일 날 외식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하면 집에서 준비하여 식사를 하게 된다. 외식을 하면 많은 사람들 틈에서 가족 모임이 편안하지 못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것 등을 대표적으로 꼽게 된다. 하나 더 보태어, 친정에 온 딸들과 또 며느리에게 뭔가 손에 들려보내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까지 엿보아 요즘은 으레 집에서 모인다. 

 

 멀리 인천에 사는  막내 시누이가 이 소식을 듣고 카톡을 보내왔다.

"새언니. 집에서 고생스럽게 식사준비 말고 나가서 드시지...우리 시누가 집에서 먹자해서 손윗동서랑 저랑 사박오일을 욕했다는... 지가와서 차리라고 ㅋㅋㅋ"

이렇게 우리집 시누이들은 시누이 욕할 기회 마저 박탈하고 말았다는...

 

올 해는 아버님이 회를 드시고 싶다는 귀뜸을 어머님이 해주셔서 민락동에 가서 회를 사고 미리 여수에 주문한 게장과 솜씨 좋은 둘째 시누이가 준비해온 샐러드와 전 등을 준비하여, 하나 뿐인 며느리 고충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설겆이는 시누이들 몫이었다.

 

아래 저녁상 사진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다소 민망했다. 며느리가 자신이 차린 상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 일이 아무래도... 그래서 부엌에서 거실로 상을 내 가기 전에 급히 한 컷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