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설겆이 하기 싫을 때

안동꿈 2009. 7. 25. 14:19

  막내시누가 서른세해째에 시집을 가게되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훨씬 늘어났으니 결혼시기도 늦춰지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누이가 객지생활을 하는 관계로 시부모님이 집에 남아있는 막내딸의 짐을 정리하셨다.  시댁에 들렀더니 정리하고 남은 것중에서 필요한것이 있으면 챙겨가라고 하신다. 나는 웬만해선 잘 버리는 성격이 못되어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많이 챙겼다. 부모님들은 버리기 아깝지만 딱히 쓸 곳도 없고해서 버리기로 결정하셨을텐데, 며느리가 필요하다며 챙겨가니 꽤 기분이 좋으신 것 같다. 어머님은 보자기를 가져오셔서 열심히 싸주신다.  

 

  나는 또 딱히 쓸곳이 없어도 부모님이 좋아하실것 같으니 웬만하면 챙겨서 집으로 가져오기로 결정을 한다. 남편은 집에 둘 곳도 없는데 있는대로 다 챙겨온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님에게는 효부노릇, 남편에게는 분쟁거리가 된 이 물건들 중에 정말 알짜배기가 있으니 '존덴버의 Greatest Hits' 테이프이다. 시누도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손때가 많이 묻었다.  

 

  아직 여유있게 음악 들으면서 앉아 있을 나이는 못되서 설겆이 할 때나 손빨래 할 일이 있을 때 나는 카세트부터 찾아 준비한다. 존덴버 노래를 들을 생각에 설겆이도 빨래도 즐겁다. 나의 마음이 고향의 언덕을 다니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있노라면 이내 설겆이도 빨래도 다 되어있다. 내겐 요즘 참 마법같은 일이 되었다. 물론 설겆이 하기 전엔 아이들에게 이어폰 꽂고 있으니 말시키지 말라고 부탁한다.

 

  존덴버 그의 노래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요즘 어린 아이들이 열광하는 노래들.

  그저 감각이나 감정을 슬쩍슬쩍 건들다 만다.

  쉽게 행동하고, 쉽게 표현하고.

  아마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세대. 그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 요즘 대세를 이룬 문화이고 대중가요는 그 문화의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깊이 고뇌한 사랑, 수백번 대뇌이다 못 내놓은 고백, 밤을 뒤척인 그리움, 꺼내보다 삭히고 묵혔다가 또 꺼내보는 고향...

  사람의 깊숙한 곳에 숨겨둔 그 감정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참된 노래가 아닐까. 

    

  ' 천국과도 같은 곳, 고향.

    철따라 변하던 산과 강과 시리도록 파란 하늘

    산만큼이나 변함이 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

                          ..................

 

    마음상하게 할 것도 마음상할 일도 없는 곳 .

    울적한 날엔

    바람 부딪치는 들판으로 나가 서면 해결되었던.

   

     삭막한 세상을 알아버리기 전 내 살던 곳

     거기만 가면 모든 고통이 사라져 버릴것만 같은

     내 고향으로 날 데려다주오...'

 

   뭐 그닥 슬플 일도 없는데 고향 생각하니 마음속에 철철 고향의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난다.

   어쨌든 설겆이 할 땐, 특히 설겆이하기 싫을 땐, 이 방법이 최고라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