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때 서점주인이 되고 싶었다.
예전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많이 했었다. 그런데 가을엔 책보다는 자연이 더 매력있다. 오히려 뜨거운 여름에 책에 빠짐으로서 더위를 잊을 수 있어서 더 효과적일 것이다.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엔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기도 했다.
초등학교때 여름방학이면 학교에서 도서관을 개방하여 여름독서학교를 열었다. 유일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빠짐없이 참여했다.
어릴땐 책이 귀해서 서점이 굉장히 매력있어 보였다. 서점 주인은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은 널린게 책이다. 그만큼 매력도 덜해졌다.
최근에 읽은 책들도 모두 공짜로 본 책들이다. 오히려 내가 책을 읽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서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읽은 책들을 잠시 소개하면,
길위에서 하버드까지(Breaking Night, 리즈머리 지음)는 미국의 최악과 최선을 함께 드러내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이다. 마약중독자 부모, 결국 두 분다 에이즈로 사망하는 가장 처참한 환경에서 자란 저자는 길거리에서, 친구집에서 잠과 끼니를 해결해가면서 그 속에서 실오라기 같은 삶의 가능성을 건져올린다.
그 처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이 학교와 공부를 통해 자신의 신분변화라는걸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기적인지, 우리가 날마다 무심히 잔소리처럼 듣고 흘려버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이다.
국장님의 서랍(정종제 지음)은 우리 계장님이 읽고서 건네준 책이다.
성공한 공무원의 서랍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공무원을 공무원윤리헌장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무슨 일이든지 밥벌이 보다 그 본래 목적대로 사는 것 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성공이고 행복일 것이다. 자신의 사례를 들어가며 딱딱하지 않게 풀어가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고전이다.
페이지마다 내가 사는 이 삶이 진짜 삶인가, 핵심을 통과하고 있는가, 허수아비처럼 모양만 인생인가... 자꾸 질문하게 된다.
매 문장이 감동이고, 벅찬 언어고, 시인데, 한 문장만 옮겨본다.
나는,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도, 승리도 아닌, 보다 위대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이따금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 우리들이라면 고통스럽게 몇 년을 걸려 얻을 것을 그는 단숨에 그 정신의 높이에 닿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 높이에서 더 뛰어나갔더라면 <조르바는 미쳤다>고 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