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도 시댁같고, 친정도 시댁같고...
추석 연휴 전야다.
남편과 조촐하게 저녁을 먹다가 미리 다짐을 받자는 생각에서 '수요일, 목요일은 시댁에 가고 금요일은 친정 식구들 식사 준비해야 되니까 못 갈것 같다'고 얘기를 꺼냈더니 '준비할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집집마다 아이 두셋씩 딸려서 사남매가 모이는데 준비할게 왜 없냐고' 짜증을 섞어 대꾸했다.
올 추석에는 멀리 인천에 사는 막내시누 가족이 일찌감치 내려와 있어서 명절에 끼니마다 챙길게 벌써부터 부담이 된다. 그리고 친정 식구들은 매년 명절때마다 우리 집에서 모이니, 시댁에서 종일 일하고 돌아오면 새롭게 음식장만을 해야된다. 친정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네 집에서는 모일 형편이 안되니 첫 딸인 우리집에서 연례적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친정 식구들이라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긴 하지만 올캐, 제부들이야 어렵긴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그것도 계속되니 지치는가 보다. 오늘은 그 부담이 더 컸던지 퇴근하는 차 안에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지쳐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은 아무 생각없이 '준비할 게 뭐가 있느냐'니...
나는 한숨을 섞어
"시댁도 시댁같고, 친정도 시댁같다."
하고선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순간 예고도 없이 눈물이 나고 만다. 남편 몰래 슬쩍 닦고 밥을 후딱 먹어 치우고 일어났다.
아무 말없이 있는 남편 생각을 알 수는 없으나 내게는 '자기 부모님처럼 잘해주는 사람들이 어디 있다고 시댁같다는 말을 하는가' 그러는것 같다.
잘해주시지, 그래서 시댁에 가면 몸 아픈 줄도 모르고 신나게 일하다가 집에오면 뻗고 그러지...그래도 여자들에게 시댁은 영원한 부담이다. 남편들이 알 턱이 없다. 자기 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