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수련회에 가지 않는다.
여름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교회 중고등부 여름수련회.
중3인 큰 딸은 방학하면서부터 수련회 걱정이다. 적어도 2박3일은 되는 수련회니, 또래 친구들이 거의 학원이다, 과외다해서 자의든 부모님의 뜻이든 간에 수련회에 참석하지 않는 실정이다.
극소심 순수한 혈통 A형 피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딸은 친구들이 없는데서 혼자 외톨이로 지내고 말지 별로 친하지 않은 애들과 대충 어울려 지낼수 있는 위인이 못된다. 그래서 올해도 친한 몇명의 친구들이 수련회를 가지 않는다고 하니 자기도 안간다고 한달전부터 나에게 강조 또 강조를 한다.
딸은 아빠가 목사다보니 교회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무조건 참석해야했고 지금도 대항할 수 없는 명령이다. 딸이 저래도 막상 당일에는 아빠 엄마 생각해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희망으로 들을척 못들은척 지났다.
그러나 더이상 결정을 미룰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서 "수련회 가야지?" 했더니 마치 결투를 신청할 것 같은 표정으로 못가겠다고 한다. 급기야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눈물 흘리는것이 엄청난 수치인것 같이, 돌아서서 눈물을 철철 흘린다. 이런 식으로 수련회에 가면 있던 믿음도 떨어질 것 같단다.
딸은 눈물을 흘린적이 거의 없다. 내 기억에 아주 어릴적 변 보기전에 눈주위가 빨게지면서 눈물을 흘린걸 자주 보곤했는데 크고 나서는 거의 큰딸의 눈물을 본적이 없다. 평소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와 작은 애는 눈물을 줄줄 흘리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는 애다. 지난번 가족이 함께 '킹콩을 들다'를 보러 갔을때도 남편과 큰애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나와 작은 딸만 눈이 부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었다.
그런 딸이 눈물을 철철 흘린다. 나는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부모 입장만 생각하는건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중3 여름 수련회가 그의 신앙생활의 종착지가 아니지 않은가?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그의 신앙생활에 더 유익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긴 시간동안 하나님께 기도했고 그리고 이 시점에서 어느것을 선택할지는 지금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는것이 하나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기다려 주기로 했다. 딸의 손을잡고 강제로 수련회장으로 태워 보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다른 편을 택했다. 이 선택이 택하지 않은 것보다 우리에겐 20배, 30배 더 힘들고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만 이걸 선택했다.
그 다음날 일하면서도 몹시 울적했다. 새로운 시도는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갔더니, 신앙을 가지지 않은 엄마가 학원때문에 수련회 가지 못하도록 한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이 다음날 수련회장으로 가기로 했다고 딸이 말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한 셈이다.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