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이젠 나에게 꽃을 주자

안동꿈 2014. 3. 7. 18:30

내 책상 위에는 늘 꽃이 피어 있다.

음료수병을 재활용한 꽃병에, 국장실의 수반에서 임무를 다한 꽃들 중에 아직도 폐기하기엔 아쉬운 것들을 뽑아와서 만든 오직 나를 위한 호사품이다. 

주위 동료중에는

"역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르네요." 하기도 하는데, 나는 내 미모가 2% 부족하여 보태려고 그런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미건조한 사무실 일들에 파묻혀 있어도 소담스런 꽃병이 내 눈에서 떠나지 않는한 내 마음 속에서 행복이란 놈을 데려가지 못한다. 이 작은 꽃병의 위대함을 주위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꽃이 참 좋다.

그래서 봄이면 날마다 마음 속엔 축제가 벌어진다. 아마 주위에서 피어나는 꽃보다 내 마음 속에 피는 꽃이 더 만발할 것 같다. 문득 벚꽃 흐드러진 길에라도 들어설라치면 마음 속에 있는 꽃들도 함께 일어나서 요동하는 듯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기도 한다.

 

나보다 연배가 좀 더 된 어른들은 꽃빛깔, 꽃무늬 옷들을 즐겨 입기도 하더라. 나는 아직 무채색 옷의 선호를 선뜻 바꾸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꽃무늬, 꽃빛깔 옷을 찾듯 나는 꽃을 곁에 두고 싶은 것일까.

스스로가 꽃이던 날들을 지나 누군가에게 꽃을 받는 날들도 지나면 이젠 자신에게 꽃을 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