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책읽기

나는 아버지입니다.

안동꿈 2014. 5. 2. 19:00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나를 괴롭힌 질문 한 가지가 있었다. 

‘나는 어머니입니까? 나는 진짜 부모입니까?’ 였다.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첫 아이의 출산을 가슴 벅차게 기다리는 아버지 딕 호이트에게 첫 아들은 심각한 뇌성마비로 태어난다. 부모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들이 어린시절 가정에서 누리고 자랐던 행복한 삶을 이 아이에게도 똑같이 누리게 해주기로 결심한다.

 

언젠가는 휄체어에 탄 릭을 지붕 위에 올려놓고 벽돌로 굴뚝을 쌓기도 했다. 굴뚝 쌓는 모습을 구경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가족은 모든 일에 릭을 참여시켰고 그들은 항상 함께였다.

어느날 둘째 아들 롭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삶이 내게 어떤 역경을 주든 형이 날마다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우리에게는 아주 평범한 일상의 모습도 이 가족에게는 어마어마한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생활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희생과 헌신만큼 평범하지만은 않은 감격과 행복이 그들을 묶어주었으리라고도 짐작된다.


아버지는 말을 할 수 없는 아들을 위해 특수 컴퓨터를 설치해 주었고, 아들은 컴퓨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빠 달리고 싶어요.” 그날 이후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 레이스에 나섰을 때 이들 부자는 꼴찌에서 2등을 했다. 하지만 그날 아들은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처음으로 내 몸의 장애가 사라진 것 같았어요!"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후 그들은 보스턴 마라톤과 하와이 철인3종 경기 등 1000회 이상의 레이스에 출전해 온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아버지는 무척 힘겹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을 텐데도 힘든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된다. 그의 고통의 보상은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누리는 환희와 감격으로 충분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들이 철인3종 경기를 처음 출전하여 완주한 후 딕은

“만일 릭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140킬로그램이나 되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어딘가의 술집을 어슬렁대고 있었을 겁니다.” 라고...


릭은 축복받으며 태어나진 못했지만 그의 삶은 오히려 축복 속에 태어났으나 절망의 길목을 더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숨겨진 축복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것은 아버지 딕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어쩌면 신은 딕에게서 그런 아버지의 능력을 보았기에 릭을 맡겼을 것이다. 그리고 절망이 익숙한 이 시대에 호이트 부자를 통해서 희망을 주기로 작정하신게 아닐까.


그들 부자가 나눈 대화에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부모로서의 나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아들은 말합니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아들아 네가 없었다면 나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