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겨우 건진 여름 휴가

안동꿈 2014. 8. 27. 08:55

아이들이 크면서 여름휴가에 대한 고집을 많이 내려놓았다.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날짜를 잡기도 쉽지 않고, 아이들이 휴가를 기대하는 마음도 예전 같지 않으니 그만큼 준비도 덜하게 된다. 그러니 만족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 휴가는 큰 딸이 같이 갈 수 없었다. 자기가 듣고 있는 학원 수업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쉽지만 작은 딸과 셋이서 출발을 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만 막상 셋만 집을 나서는 것을 보니 새삼 억울했는지 굳이 우리를 세워놓고 뒷모습을 폰에 남긴다. 

 

올해는 오랫동안 벼르던 변산반도로 갔다. 전날  을지연습 밤샘근무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들어 오후 2시쯤 일어난 나, 3일간 세미나 다녀와서 무척 피곤한 남편, 셋이 집을 나선 게 겨우 오후 4시였고 변산반도 채석강 옆 호텔에 들어선 시간이 밤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밤바다를 잠시 거닐다 쓰러져 잠들어서 일어난게 아침 7시.

아침식사로 백합죽을 먹고 채석강을 둘러보고 내소사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모항 해수욕장에 들렀다가 곰소 젓갈시장 근처에서 점심으로 회를 먹고 젓갈 몇 가지를 샀다. 오후엔 새만금을 달렸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갯벌에서 바지락도 캤다. 해질무렵 오매불망 그리던 솔섬의 저녁 노을을 보려고 달려갔는데, 날씨가 흐려 훗날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저녁 7시가 넘어 큰 딸 혼자 하룻밤을 더 자게 하는게 마음에 걸려 고속도로를 엄청나게 달려 하루가 바뀌기 직전에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혼자 운전하는 남편은 무척 피곤해 했다. 옆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를 열심히 다운받아 들려줬더니, 노래는 됐고 얘기를 해주란다.  남편 졸음을 쫓을 이야기 거리를 고심하다가 대학시절 남자 얘기를 해줬다. 무심히 듣던 남편은 '자기가 유일한 남자라더니...' 하면서 잠이 좀 달아나는 듯한 반응이다. 어쨌거나 나는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가족안전을 지키기 위한 헌신임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히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