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가을에 나는 늘 내가 낯설다
안동꿈
2014. 9. 12. 22:51
가을이 오려는가 보다.
여름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가을, 이때 나는 늘 내가 낯설다.
존 덴버의 노래를 다운받아 퇴근길 버스안에서 듣고,
국화꽃들이 나왔나 꽃집을 기웃거린다. 국화꽃 향기가 얼마나 달콤한지 누군가에게 꼭 전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을을 이 계절에는 제대로 볼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을 잠시 감기도 한다.
때론 낯선 나를 아주 멀리 저녁 강 언덕에 세워 놓고 싶어지기도 한다.
가끔씩 불어오는 때 이른 찬 공기는 늘 지나간 시절들의 상념을 한 조각씩 물어오곤 한다.
삶의 공기는 늘 거칠다. 그저 머리카락이나 얼굴만 스치고 지나가면 좋으련만, 언제나 그렇듯이 심장을 훑고 지나간다.
오랫동안 거들떠 보지 못했던 글쓰기는 요 며칠새 아주 간절히 붙들고 싶은 소망이 되었다.
나는 마치 안방 윗목에 밀쳐 두었던 바느질거리를 찾아낸 것 같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바늘을 놀려 본다. 바늘은 움직이지만 무엇이 될런지는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일단 이렇게라도 해야 그 다음 걸음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글쓰기는 참으로 경건한 작업 같다.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불청객이 떠나지 않는 한 정갈한 한 줄의 글도 건져 올릴 수 없다. 마음의 오솔길을 통과하지 못한 건조한 글들을, 시내를 건너기 위해 던져놓는 돌덩이 마냥 던져놓고 나는 서둘러 블로그를 빠져 나오곤 했다. 측은한 마음이 항상 있었지만 내가 손 쓸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