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천원 지폐 두 장

안동꿈 2009. 8. 1. 22:34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의 가을 운동회로 직장에 하루 연가를 신청하였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과 땅콩을 삶고, 과일도 가방에 챙겨 넣는데 염치없는 어릴 적 추억 한 조각도 같이 끼어 들어간다. 

가방에 채워 넣은 것이라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라기보다 오히려 내 어릴 적 운동회 때 즐겨 먹던 것들이 차곡차곡 챙겨져 있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운동회는 학업 위주의 요즘 세태를 여실히 드러내듯 오전 중에 모든 일정이 끝났다. 시골에서 자라 어릴 적 운동회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몇몇 아줌마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한바탕 웃음 꽃을 피우기는 해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가을 운동회를 끝마치고 아이들과 손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꺼번에 몰려 나오는 아이들과 어른들로 골목길은 무척 복잡하였다. 그런데 저만치 앞에 땅에 떨어진 천원짜리 지폐가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집어들고 보니 꼬깃꼬깃 접혀진 천원짜리 지폐 두 장이었다.

  "어, 여기 돈이 떨어져 있네!" 그랬더니

  "엄마 그 돈 거기 그냥 둬라. 엄마가 주인 어떻게 찾아줄 껀데?" 평소 융통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큰 아이의 반응이다.

 

  아이들 앞에서 주운 돈을 나의 주머니로 넣는 것은 옳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지만, 주인 운운하며 걱정하는 큰 아이의 반응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럼 어떻게 할까? 벌써 주운 돈을 도로 땅에 놓아둔다고 해도 어차피 주인 아닌 사람이 주워 갈 텐데...'

 

  우린 정말 골치 아픈 돈 이천원을 줍고 말았다. 서로의 얼굴엔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지만 결국 동상이몽. 우리 모녀의 이 동상이몽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깨어지게 되었다.

  "그럼 우리 이 돈 문방구 아줌마한테 줘서 주인 찾아 주라고 할까?"

  "응"

  "○○야, 니가 좀 갖다줘라."

  "싫어"

  하긴 내가 저지른 일을 아이에게 부담지우는 일도 좀 그랬다. 그렇지만 어른인 내가 그 일을 하는 모습이라니...

 

  그러나 자식이 바르게 자라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이 일쯤 못하랴! 내 꼴이 우습지 않기 위해 아이 둘을 옆에 세우고,

  "아줌마, 이 돈을 저 앞에서 주웠는데요 혹시 주인이 나타나면 주세요." 하니 아주머니가 눈치가 빨라 아이들 한번 쳐다보고, 나를 한번 보고 하더니 웃으며 돈을 받아 쥔다.

 

  아이들 손을 잡고 얼른 돌아서 집으로 오는데, 우리의 아이들이 바르고 착하게 자라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가며 동시에 이 사회에 지혜롭게 적응하는 방법을, 이 경험이 부족한 엄마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나는 이전보다 더 고민에 빠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