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선물과 반응

안동꿈 2015. 1. 5. 22:22

연말연시엔 평소보다 챙겨야 할 업무가 더 많은데다가, 감사준비에 정기인사까지 있어서 연일 야근이었다. 정월 초하루까지 사무실에 나갈 계획이었는데 반은 게으름으로, 반은 두려움으로 정월 초하루부터 사무실 가는 불상사는 막았다.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저녁에도 사무실에 남아 처량하게 일하고 있는데 몇 살 어린 동료가 불쑥 선물을 내민다. 뜯어보니 일본어가 잔뜩 쓰인 크림 같은 것이었다.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이게 뭐지? 핸드크림인가?' 하면서 이리저리 살피던 중 폼 크렌징인걸 알았다. 

"아. 잘 됐다. 마침 폼크렌징이 다 됐는데... 고마워요."

하면서 뒤늦게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아내가 이걸 주면 다들 알아본다던데, 왜 혼자 그런걸 모르냐고 그런다. 그 직원의 아내가 일본가이드라서 현지에서 사갖고 온 모양이었다. 

" 큭큭 내가 좀 촌스러워서 유명한 화장품 같은 것 잘 모른다."

" 글쎄, 그렇게 유명한 건 아닌것 같은데."

  

집에 돌아와서 큰 딸에게 보여줬더니, 너무나 좋아하면서 안그래도 얼마전에 캡쳐해놓고 꼭 사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라고 냉큼 가져간다. 엄마가 그런 줄도 모르고 선물을 받고도 별로 반응이 시원찮아서 선물준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했더니,

"엄마. 그 사람한테 딸이 정말 좋아하더라고 꼭 전해줘라."그런다.

 

오늘 출근하여 바쁜 와중에도 딸의 반응을 전해주며 거듭 고맙다고 얘기를 했더니, '하나 더 드릴게요.' 한다. 이젠 좋은줄 아니까 본인이 쓰라고... 웬 횡재!

 

그 직원이 새삼 토로하기는 그날 선물줄 때 무슨 방사선 물질이나 나오는 양 묘한 표정으로 쳐다봐서 당황했다고... 내 표정을 내가 알 수가 없으니 변명도 못하겠고, 설마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반응도  이렇게 반전이 있는게 더 감동이어서 선물을 거듭 받는 기적을 일으키고, 어쨌거나 촌스러운 아줌마 연초부터 대박났네.